2024년 2월 6일 화요일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출세를 하려면, 제대로 공부하려면, 제대로 정치하려면, 제대로 문화를 누리려면, 제대로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제대로 병원 시설을 이용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대한민국 사람 열에게 물으면 열 모두 한결같이 대답한다. 서울로 가라 !!!
그러나 과연 서울이 최고인가? 대한민국 돈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 다 몰려 있고,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서울에 다 몰려 있다고, 대한민국 최고대학인 서울대가 있다고, 대통령이 살고 있다고, 거기가 최고인가?
오늘 복음은 지방과 서울이라는 이분법을 깨뜨리는 예수님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드디어 수도인 예루살렘에까지 퍼진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파견되어 예수님을 감시하러 온다. 이들은 « 개천에서 용났다 »는 소문을 듣고, 그 용이 어떤 용인지 알아 볼 심산에 북쪽 변방인 갈릴래아로 왔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갈릴래아로 와서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갈릴래아로 와서 본 것은 그들이 그토록이나 중시하던 율법의 완성인 사랑이요, 율법이 일구어내고자 하고 지향하는 « 하느님의 사람 »의 전형(典刑)이다.
나는 오늘 복음의 내용을 가만히 묵상하면서, 인간의 몸뚱아리가 놓여있는 자리가 어디냐도 중요하겠지만, 그 인간의 사람 됨됨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울에서 살면, 지방보다 보는 것도 더 많고, 배우는 곳도 더 많고, 돈도 더 많고, 인프라도 더 잘 구축되어 있어서, 적어도 교육이나, 문화의 면에서 본다면, 사람 됨됨이가 더 뛰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지방보다 많다. 그러나 진정한 사람 됨됨이는 인간의 몸뚱아리가 놓여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고, 어떤 인간이 될 것이라는 방향이 설정되고 나서, 그 방향을 향해 땀 흘리며 노력하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하늘이 열리고, 하늘이 응답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를 예수이게끔 하는 것,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명이었다. 서울이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더 쉽게 듣고, 지방이라고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과 지방이라는 이분법은 결국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를 살아 냄으로써 극복 가능하다. 내가 사는 동네가 어디이고, 내가 사는 집이 몇 평이고, 내가 어떤 차를 몰고, 내가 얼마의 연봉을 받고 살고, 내가 어떤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과 어울리며 살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실천에는 서울 따로, 지방 따로가 없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