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5일 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 시대에는 당연히 TV가 없었지만, 인터넷보다도 더 빠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 카더라 통신 »인 입터넷이 있었다. 어떤 병도 고쳐 주시는 ‘그분’이 오셨다는 소문이 돌면, 여기저기서 병든 이들이 예수께로 몰려들었고, 움직이기가 힘든 환자들은 사람들이 들것에 눕혀 예수께로 데리고 왔다. 병든 사람들은 모두 구원을 받았고, 심지어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댄 사람들마저도 구원을 받았다고 복음은 전한다. 그런데 그 많던 구원받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고, 로마군인들에게 붙잡히시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되었을 때, 어디로 가 버렸을까?
적지 않은 개신교 신도들과 사역자들이 세례를 받은 것을 두고 구원을 받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았다 해서, 천국행 티켓을 거머쥔 것은 아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써 원죄는 용서를 받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세례 후에도 죄를 지으면서 살아 가고 있으며, 죄에 대한 용서를 청해야 하고, 용서를 받는 삶을 살아 가야 한다. 세례를 통해 이미 구원을 받았지만, 끊임없이 구원받아야 할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죄성을 간과하고, 세례 한번 받았으면 모든 구원이 다 이뤄졌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죄짓게 하는 범죄행위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 명의 »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의사가 한번 나오면, 그 의사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환자들로 대박이 났다. 그러나 아무리 명의가 병을 잘 고친다고 할지라도, 자기 몸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병이 재발하거나, 다른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세례를 통해 구원을 받았지만, 한번 구원받은 것으로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구원을 받았다고 해서 구원받은 상태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한번 구원받았다고 죽는 날까지 구원의 상태로 머물지도 않는다.
우리는 구원의 길 위에서 구원의 길을 따라 살아가는 순례자, 구도자와도 같다. 일상 생활에서의 근면과 성실이 그 사람의 사람됨됨이와 일상의 의미와 보람을 켜켜이 쌓게 하듯, 이미 구원을 받았지만, 끊임없이 구원을 계속 추구하는 삶, 그 삶이 비록 쉽지는 않을지라도 우리에게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한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