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6일 금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리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한다. 이리떼가 양떼에게 달려 들 때에는 그냥 다 물어 버린다.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만 양을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다 물어 버린다. 이리는 자기가 살아 남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만 양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양을 상처 입히고, 양을 못살게 구는 것이 본성이다. 이리가 다녀가면, 그 흔적은 처참하다. 이리에게 물려서 상처 입은 양,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양, 물려 죽은 양, 놀라서 충격을 받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양, 도망 치는 양, 도망치다가 벼랑에 굴러 떨어져 죽는 양, 도망치다가 기겁을 하고, 정신이 나가 버린 양, 이런 양들만 남는다.
 
예수께서는 «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여러분을 보냅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을 파견하셨다. 당신의 제자들을 이리떼 한가운데로 파견하신다는 것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이리떼에게 물리도록, 상처 입도록, 피가 철철 흘러 넘치도록, 물려 죽도록, 죽음의 한 가운데로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으로의 파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나, 예수께서 사셨던 2천년 전의 세상이나 세상은 참으로 무서운 곳이다. 힘의 논리가 여전히 통하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그런 세상 한가운데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양떼를 이리떼 한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죽음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위험한 세상으로 파견을 하면서 예수께서는 «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고 하신다. 죽으라는 것인가 ?
 
아니다 !!! 이렇게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예수께서는 죽으러 가라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선포하라고 하신다. 평화라는 것은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팡이로 상징되는 힘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약육강식의 논리, 힘의 논리, 승자독식의 논리를 따르지 않고,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아껴 주고 서로 상처를 닦아주고 싸매 주며 사는 것이 평화다. 나 아닌 너를 위해, 너의 참 행복을 위해 사는 삶, 억울한 일을 당해서 땅을 치고 통곡하는 이의 옆으로 다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두 손 꼬옥 잡아 주는 거기에, 그 억울함의 원인이 세상의 모순에 있으니, 그 모순 한번 같이 깨뜨려 보자고 세상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기에, 불평등한 이 세상 다 망하라고 악다구니를 퍼붓는 이의 옆으로 다가가 불평등한 현실을 바로 잡으면 이 세상 그래도 살만하다고 용기 내어 살아 보자고 두 손 꼬옥 잡아 주는 거기에 평화가 있고, 바로 거기에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작은 사람들과 당신을 동일시하시는 하느님께서 계신다. 성당 안에만, 예배당 안에만 하느님이 계시는 것이 아니라, 이리떼 같은 이 세상에서 아파하고 힘들어 하고 울고 통곡하는 이들의 한 가운데에 하느님이 계신다.
 
그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일이 바로 파견이며, 이 파견이야말로 필리피서가 증언하듯이 그리스도교의 근본이다 :  « 그리스도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필리 2,6-9)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세상 사람들은 시비를 걸듯이 묻는다. 도대체 하느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있으면, 보여 달라고. 이 물음에 우리는 이렇게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선교라는 것은 파견이고, 이 파견은 평화를 위함이며, 평화를 위한 일이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말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파견 받은 이는 평화를 위하는 일을 하다 보면,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고 가르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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