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3일 연중 제3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 사람이 되신 분을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그분은 화려한 궁전에서 금 탯줄을 두르고 휘황찬란하게 이 세상에 오시지 않았다. 지극한 영광과 찬미를 받으셔야 할 분이 선택한 곳은 냄새 나고, 지저분한 마구간이었고, 짐승의 밥통 위에다가 당신의 뉘일 자리를 잡으셨다. 세월이 흘러, 그분은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갈릴래아로 가셨다.

       세례를 받으셨을 때에,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하늘에서부터 듣고는, 하늘이 보장해준 신분을 이용해 사람들로부터 온갖 숭배도 받을 수도 있었고, 힘있고, 돈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예루살렘으로 가셔서, 당신의 뜻을 펼쳐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분은 굳이 갈릴래아로 가셨다. 변방, 예루살렘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던 땅으로 가셨다. 그리고 거기에서 당신의 구원 사업의 첫 삽을 뜨셨다. 예수께서는 당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받고, 가장 버림받은 갈릴래아를 택하셔서, 거기에서 « 사랑 »을 실천하셨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소외받고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었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한 상황이 되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음이 드러난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선택하고, 그들 편에 서는 것,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는 것,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고, 그렇게 살아 가는 사람들을 두고, 예수께서는 그들을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로 받아 들이신다. 그렇게 사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당신의 어머니와 친척조차도 문전박대하시는 예수님을 만난다. 평소에 기도도 열심히 하고, 주일미사 꼬박꼬박 나오고, 교무금 제 때, 제 때 낸다고 하더라도,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 편에 서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지 않는다면, 그 신자는 예수님의 어머니와 친척처럼 문전박대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는 길,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예수의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가 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낫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듯이 말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예수를 따르는 길 위에서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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