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7일 수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스라엘의 왕정은 기원전 10세기경, 지금으로부터 3070년 전이었던 BC1050년 무렵, 이스라엘의 첫번째 왕이었던 사울부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후 40년에 이르기까지 대략 1000년간 지속했었다. 사울에 이어 다윗이 이스라엘의 제 2대 왕이었고, 다윗을 이어 솔로몬이 제 3대 왕이었다. 기원전 930년 경,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때에 이스라엘은 북쪽의 이스라엘과 남쪽의 유다로 남북이 분단되었고, 북왕국은 앗시리아 제국의 침략으로 기원전 722년경 멸망하고, 남쪽의 유다만 남았다. 기원 전 597년부터 538년까지 대략 60여년동안 유다는 바빌론의 침략을 받고 유배시대를 겪었다.

        유배 이후 경건한 무리들이라는 뜻의 하시딤이 생겨났고, 하시딤에서 사두가이파, 바리사이파, 에센느파, 그리고 기원전 70년경, 로마제국이 유다에 침공하면서 혁명당이라고 불리는 젤롯이 등장했다. 이들은 유대교의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사두가이는 대사제 사독의 후예라는 뜻으로 주로 대사제 가문의 사람들과 귀족들이 주를 이루었다. 바리사이는 분리된 자라는 뜻의 ‘파리쉼’에서 나온 말인데, 기원전 200년경, 하시딤에서 나온 무리들로,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만이 하느님 나라를 구현할 수 있다고 여겼다.

        어제 복음과 오늘 복음은 야훼 하느님에 대한 예수님의 이해와 유대교 지도자들의 이해간의 충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수 시대 이전부터 율법은 하느님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졌었다. 성경에 나오는 율법은 총 613개 조항이고, 그 가운데, 안식일과 관련해서, 해서는 안될 일이 39가지 조항이 있었다. 예수 시대 율법은 너무나도 까다로웠다. 해산하는 여인이나 목에 이상이 있으면, 안식일이라도 돌볼 수 있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병은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또 집이 무너져서 사람이 깔렸다면,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보고, 살았으면, 안식일이라도 꺼내주고, 죽었다면 그 다음날까지 그 시신을 그냥 그대로 버려두어야 했다. 뼈가 상한 경우라도, 그것이 생명에 관계가 없으면 안식일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했고, 상해로 피가 나더라도 헝겊으로 그 상처를 싸맬 수는 있어도 약은 바를 수가 없었다. 안식일에는 상처의 악화를 방지는 할 수 있어도 치료행위는 할 수 없었다. 안식일에는 창도 칼도 활도 어떠한 병기도 손에 쥘 수 없었기 때문에, 정당방위도 할 수 없었다.
 

       예수께서는 유대교 지도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안식일 법을 잘 알고 계셨다. 그리고 그 법이 진정 생명의 하느님의 뜻을 반영한 법이 아니라, 그저 백성들을 옥죄고, 얽어 매고, 통치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백성들의 고혈과 눈물로 찬양을 받는 거짓 하느님, 그리고 그 거짓 하느님을 하느님인 양 떠받들고 있던 종교 지도자들,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었던 예수께서는 « 노기를 띠며 » 정면으로 그들에게 맞서 사자후를 일갈한다: «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죽이는 것이 합당합니까?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께서 보여주시는 하느님은 생명을 위해 불의에 항거하시는 하느님이다. 우리가 예수라는 분을 주님이라고, 구세주라고 고백한다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예수께서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그 하느님과 동일한 분이어야 한다. 내 삶의 자리 한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불의, 부조리에 « 나 몰라라 », 혹은 « 여태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사는 게 그렇지 뭐 별수 있나 ? »하며 애써 눈길을 피해버리고, 묵과해버리고, 묵인해 버리는 것은 나는 예수의 하느님은 믿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고 하셨지만, 그 말씀을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리고 마는 작태가 혹시라도 내 안에서, 우리 안에서 발견된다면, 우리 역시 노기 띤 주님의 꾸중을 반드시 듣게 될 것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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