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5일 연중 제2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지난 주부터 우리가 들었던 제1독서의 말씀들은 사무엘 상권의 말씀들이다. 왕정王政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백성의 바램이 그러하니, 마지 못해 왕정을 수용했던 사무엘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왕정이 시작된 것은 기원전 10세기 경이고, 이스라엘 왕국의 첫번째 왕은 사울이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스라엘과 아말렉간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전쟁은 소위 거룩한 전쟁, 성전聖戰이었다. 성전은 전쟁을 치르는 각 나라의 수호신들의 전쟁으로 여겨졌다.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성전이 발발하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의 씨를 말릴 만큼 모조리 다 죽여버려야 했고, 전리품에는 그 신의 영향력이 남아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일체 손을 대어서는 안되었다.
창조주이신 야훼 하느님,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 이집트 탈출을 성공시킨 해방의 하느님의 이미지와 전쟁의 하느님의 이미지는 상통하는 점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성전에서는 한 나라의 존속 혹은 멸망이라는 극과 극의 결말이 정해져 있기에, 이스라엘이 존속하려면, 이스라엘과 성전을 치르는 나라는, 오늘 제1독서의 표현처럼, « 완전히 없애 버리고 », « 전멸시켜야 » 했다.
이스라엘과 아멜렉 간에 성전이 발발했을 때, 당시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사울은 아멜렉의 모든 사람들과 동물들을 전멸시켜야 했었다. 그러나 사울은 아멜렉의 임금을 살려두었고, 전리품을 취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행동을 두고,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기 위함이라고 합리화하기까지 했다. 하느님이 원하는 방식을 거슬러 자기 식으로 하느님을 길들이려 하는 심보가 다분하다. 이러한 사울의 행동은 야훼 하느님을 거스르는 행위였고, 오늘 미사의 화답송은 사울에 대한 하느님의 진노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두고 옛 것과 새것으로 구분하고, 옛 것은 구약의 율법과 계명, 새것은 예수님의 계명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오늘 독서의 말씀과 연관 지어 볼 때, 이 말씀은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의 가르침을 귀로 듣기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의 뜻을 절대로 굽히지 않는 사람들,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느님께 순종하기 보다는 하느님이 자신에게 순종하기를 은근히 강요하는 사람들을 비판하시는 말씀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 믿고,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입으로는 기도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버지의 뜻은 모르겠고, 내 뜻이나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하는 작태는 제1독서에서 사울이 했던 행동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자신의 고집은 버리기 싫어하는 사람, 하느님도 섬기고, 돈도 섬기고, 이것도 섬기고 저것도 섬기는 두 주인을 섬기는 종과 같은 사람은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꾸지람을 듣게 될 것이다. 하느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삶, 예수를 따르고, 예수를 닮고, 또 하나의 예수가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 참 쉽지 않은 길이다. 어떤 때에는 내가 일생 동안 옳다고 여기며 살아온 것도 단숨에 버려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