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일 주님 공현 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물리적으로 시간의 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나에게 있어서의 1시간이나, 너에게 있어서의 1시간이나 똑 같은 1시간이다. 나의 손목시계가 남들보다 더디게 가지도 않을뿐더러, 너의 벽시계가 남들 것보다 더 빨리 가지도 않는다. 시간은 모든 이에게 평등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 가면서, 혹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시간의 빠르기를 달리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눈 깜빡할 사이처럼 빠르게 느껴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가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철학, 신학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주 오래 전부터 탐구해왔다. 오늘 복음은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답을 들려준다. 오늘 복음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다. 세례자 요한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것은 자기 뒤에 오시는 분을 기다리고, 자기 뒤에 오시는 분을 위해서 그 길을 곧게 내는 데 필요한 기간이다. 그 기간이 세례자 요한의 인생이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이기도 했고, 물로 세례를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요르단 강에서 사람들에게 회개의 세례를 베풀다가 마침내 주님을 만나 뵙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세례자 요한에게 있어서 시간이 이러한 의미라면,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 사람이 되신 하느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우리네 인생이 시간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시간 그 자체는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간은 그 흐름의 기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로 설명될 뿐이다. 오늘 하루 나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을 얼마나 찾았던가? 어떻게 찾았던가?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 내가 기뻤다면, 나는 그 기쁨을 하느님과 함께 하고자 했던가?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 내가 슬펐다면, 나는 그 슬픔을 하느님과 함께 하고자 했던가? 만일 단 한순간이라도 하느님과 함께 하고자 했다면, 나는 오늘 내 삶 속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을, 기회를, 기다림을 누렸다는 것이다. 은총을, 구원을 체험했다는 것이다. 

 
          만일 단 한순간이라도 하느님과 함께 하고자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시간을 마치 내가 돈이라도 주고 산 것처럼, 나 하나만을 위해, 내 마음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직 오늘 하루가 지나가려면 몇 시간이 더 남아 있고, 내일도 해는 뜰 것이기 때문이다. 넉넉한 하느님, 자비로운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또한번의 기회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느님을 믿고 산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것 아닐까? 하느님을 믿고 살아가는 그 인생이야말로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이 펼쳐지는 장임을 오늘 복음은 나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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