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일 화요일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새해 들어 둘째 날인 오늘은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이다. 바실리오와 그레고리오는 카파도치아 출신으로 니싸의 그레고리오와 함께 동방의 3대 교부로 널리 알려진 성인들이다. 이들은 지금으로부터 1700년 전인 330년경에 태어났는데 그 당시 그리스도교는 이단들이 득세하여 혼란기를 맞고 있었던 때였다. 이 교부들은 난립하는 이단에 맞서 그리스도교 신학을 정립시켰던 분들이며, 훌륭한 수도 규칙을 마련하여 수도원의 기틀을 잡은 분들이기도 하다. 오늘 강론에서는 바실리오 성인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아무리 해 봐야 승산이 없을 것 같은 절망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그 절망감을 뼈저리게 체험한 이가 바로 성 바실리오다. 현재 튀르키예 동남부에 해당되는 지역의 대주교였고, 소아시아에 최초의 수도원을 세웠던 바실리오는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도 아니고 영원하지도 않다.’라고 주장하는 아리우스파에 대항하여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그리스도의 신성을 옹호하다가 오히려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다. 좌절과 실망으로 전의를 잃은 바실리오는 « 내 죄로 인해 모든 것이 다 실패한 것 같다 »라는 기록을 남기기까지 했다. 삶에 부대끼다 지쳐 기운이 빠지면 모든 것이 다 엉망진창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과거의 좋았던 일은 오늘의 실패에 묻혀 버리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바실리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부정적인 느낌들이 자기의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 열심히 복음을 전하였고, 교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승들 중의 한 분이 되었다. 성 바실리오는 실패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실패가 너무 확실해서 수도원 안에 은둔해 버리는 편이 나을 것처럼 보일 때도 그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 바실리오는 ‘인내란 성공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삶으로 보여 주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실패했다고 생각될 때 어떻게 하는가? 낙심하고 있을 때 나를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이리저리 해결책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고, 주변의 지인들을 찾아 다니면서 도움을 호소할 것이다. 그러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에라야 비로소 하늘을 찾는다. 사방팔방이 다 막힐 때라야 하늘을 쳐다 본다.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들다고 하소연할 수 있는 만큼의 힘이라도 있어서, 그 힘으로 하늘을 찾으면, 하늘은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하늘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하늘이 생명을 창조한 장본인이기에 그러하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삶도 죽음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이상 살아야 한다. 때로는 힘이 들어 죽을 것 같더라도, 인내하면 반드시 그 인내에 대한 보답은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노아가 대홍수를 예언하고 방주를 만들었을 때에 맨 마지막으로 방주에 들어간 동물이 바로 달팽이란다. 달팽이는 인내로 노아의 방주에 이르렀던 셈이다. 

 
          지금은 아무리 힘들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빛을 보게 될 날이 꼭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2024년을 새롭게 시작해보라고 우리를 일깨우는 날이 오늘인 듯 하다. 오늘 두 성인의 삶이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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