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2023년 마지막 주일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영겁의 과거로 떠나간다.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벅찬 마음으로 2023년 새해를 맞이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3년의 마지막 날이 지나가고 있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며, 사랑과 미움이 연속되는 가운데 지나버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지난 한 해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서, 하느님과 함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갖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모였다.
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에는 꿈도 많고, 계획도 많았는데, 이제 그 끝에 서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가슴 속에 든든함과 뿌듯함보다는 제 때에, 제 자리에 제대로 서 있지 못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가슴 속에 아쉬움이 가득 차는 것 같다. 마치 바오로 사도의 한탄처럼 말이다. «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음으로는 선을 행하려고 하면서도 나에게는 그것을 실천할 힘이 없습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의 육체에서 나를 구해 줄 것입니까? »(로마 7장 참조).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한다. 내일이면, 또다시 새로운 해가 떠오를 것을 믿기 때문이다. 너무 부끄러워 모든 것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또 다시 새 출발하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 때문이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하느님께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해 주시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2023년을 보내면서, 이 강론 시간에 여러분과 함께 기도하고 싶다. 모두 눈을 감고 함께 기도하자.
주님,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소서.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주님,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게 하소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내년에는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겠나이다. 보고 듣고 말 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소서.
주님, 내년에는 찢어진 상처마다 피고름이 흘러내려도 그 아픔에 원망과 비난일랑 하지 않게 하소서. 어떤 순간에도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해주소서. 헛된 욕망과 욕심에 빠져 쓸데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내년에는 고통 당할 때 도리어 믿음이 성숙하는 계기가 되도록 강하고 담대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주님, 내년에는 아무런 가치 없는 일로 인해 걱정을 쌓아놓지 않게 하소서. 걱정을 구실 삼아 믿음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소서. 있지도 않은 일로 인해 근심을 쌓아놓지 않게 하소서. 내 마음에 걱정이 파고 들어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하소서.
주님, 내년에는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에게만 빠져 있지 말게 하시고 주변을 돌아보며 바라보게 하소서. 일부러 근심 걱정을 만드는 삶이 아니라 기쁨을 만들어가며 살게 하소서. 이 모든 기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이것으로 강론 1부를 마치고, 강론 2부를 시작하겠다.
지난 한 해를 살아낸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자그마한 선물 하나 준비했다. 노래 한 곡이다.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기태, 걱정말아요 그대)
김기태 - 걱정 말아요, 그대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Immortal Songs 2] | KBS 230624 방송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