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율법에 따르면, 사내 아이가 태어나면, 태어난지 40일째 되는 날, 아기를 성전에 봉헌하고, 그 어머니는 정결예식을 받아야 한다. 탈출기 13,2에는 이런 말도 있다 : « 모태를 열고 나온 맏아들은 모두 나에게 바쳐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의 맏배도 나의 것이다 ». 마리아와 요셉은 야훼 하느님의 이 명령에 따라서 예루살렘으로 가서 아기 예수를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한다.
아기 예수를 성전에 봉헌하려고 했을 때에, 그 아기를 알아보는 두 사람이 때맞추어서 성전에 등장한다. 의롭고 경건하게 살아온 남자와 여자, 그것도 젊은이가 아닌 두 노인이라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의롭고 독실한 사람들이었다. 시메온에 대해서 복음서는 의롭고 독실하다고 말한다. 이는 시메온이 율법이 명하는 윤리 규정들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마음이 건전한 상태로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데서 오는 그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 내린 것이다. 한나는 예언자라고 소개한다. 한나는 남편과 혼인해서 겨우 일곱 해를 살고는 여든 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고 한다. 그녀는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밤낮으로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겨왔다고 복음서는 전한다.
시메온과 한나는 인류의 구원자이신 아기 예수를 알아보는 영광을 누렸다. 사실 이 두 노인은 주님의 법을 평생 동안 지켰던 사람을 대표한다. 그들은 갑자기 다가올 « 주님의 날 »을 별도로 특별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평생 하느님과 이웃에 대해서 철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았다.
시메온과 한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 세상이 어두움 속에 있을 때에,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줄 평범한 사람, 그러나 위대한 사람, 바로 우리 공동체 안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가 한 일들에 대해서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주님을 뵙게 되었다. 눈 앞에서 주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구세주를 보았다. 찬란하신 하느님께서 겨우 옹알이를 하는 아기로 나타나신 것이었다. 사람들의 가족으로서 오시고 그 가족과 함께 계시는 분으로 오셨던 것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의 말씀에 신뢰를 두고, 평생을 살아온 시메온과 한나는 마침내 주님을 뵙게 되었다. 그들의 신심이나 영성을 두고, « 일상의 신심 », 혹은 « 일상의 영성 »이라고 한다. 영성은 무언가 신비로운 것, 세상과는 단절되어 있는 것, 무언가 기묘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매일의 삶, 일상의 삶에 충실하는 것,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것, 하느님의 아들, 아기로 오신 주님께서 명하신 « 서로 사랑하라 »는 계명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일상의 영성이다.
신자들 중에는 주님을 꼭 뵙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을 뵙게 된 시메온과 한나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주님을 매일 만나 뵈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주님을 온몸으로 받아 먹기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시메온과 한나를 통해서 일상의 영성을 배우라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