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그리스도교를 표현할 수 있는 수 많은 단어들이 있지만, 그 수많은 단어들 중에 으뜸은 ‘사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머무르셨다.”라는 요한 복음 1장에 나오는 이 구절을 참 좋아한다. 이 구절은 나에게 내가 믿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아주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그 하느님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오늘 우리는 성탄 8일축제 중 제 3일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복음은 특이하게도 성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빈무덤을 통해서 부활을 믿게 된 제자들의 이야기인데, 왜 하필 이 성탄 시기에 부활의 증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은 막달라 여자 마리아와 시몬 베드로 그리고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 사도 요한이다. 오늘 복음은 베드로와 요한이 빈 무덤을 보고서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오늘 독서의 저자는 바로 빈 무덤을 보고서 믿게 된 사도 요한이다.
오늘 사도 요한의 축일을 지내는 이유는 바로 이 세상에 태어난 어린 생명, 아기 예수가 보잘 것 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바로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요한은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의 제자가 되었고,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직접 본 증인이었다. 최후의 만찬 때에도 예수님 바로 옆에 있었고, 모든 사도들 가운데서 홀로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보았던 증인이었다. 그리고 빈무덤에서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도이기도 하다.
오늘 1독서는 요한의 신앙고백문이다. 예수께서 그리스도시라는 것을 고백하는 고백록이다. 요한 사도가 직접 체험한 결과,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계셨던 그분이, 자신의 스승이 바로 사람이 되셔서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 제 1독서다. 대머리가 발모제를 팔면 누가 그 발모제를 사겠는가? 아무도 안 살것이다. 이처럼, 사도 요한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을 증언한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 믿음이 부족한 사람에게 예수야말로 그리스도라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보잘것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강생하셨지만, 그래서 초라한 말밥통에 누워져 있지만, 바로 그 아기가 그리스도시라는 것을 증언하는 분이 사도 요한이다. 스승 예수께서 마음 놓고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맡길 수 있었던 사람, 십자가에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라고 외치며 죽음을 맞이하는 스승을 직접 보았던 사람, 사랑하는 스승 곁을 한치도 떠나지 않았던 사람, 그 스승이 어떠한 모습이건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 그는 예수님의 제자답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람이었다. 언제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어 주는 것, 그 사랑하는 이가 어떤 모습이든지,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코 눈에서 멀어지더라도, 마음에서는 멀어지지 않으려고 늘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오늘 그런 사랑을 실천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웃을 때에 함께 웃어주고, 울 때에 함께 울어주고, 하소연하고 통곡할 때에, 함께 땅을 치고 통곡해 주고, 외로워할 때, 아무 말 없이 곁에 다가가 소주 한잔 기울여 주는 것은 어떨까? 그런 나의 모습을 통해서 사랑이 드러나고, 하느님이 드러나신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