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강론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주임신부 2023. 12. 24 밤, 덕계성당
성탄 인사 / 성탄 선물로 노래 하나 준비했습니다. 제가 부르는 것은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가요입니다. 가사가 참 좋아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가사를 음미하시면서 한번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음악 감상)
조성모가 노래한 ‘가시나무’라는 제목의 노래였습니다. 하덕규라는 사람이 작사, 작곡했는데요, 이 좋은 가사를 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보니, 1958년생으로서 ‘시인과 촌장’이라는 노래 팀의 가수였고 동시에 개신교 목사님이십니다. 하느님을 믿는 자이어서 그런지, 가사도 참 잘 썻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해 드린 노래 가사의 일부분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에 있는 어둠이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쉴 곳을 찾아 나에게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듯이 내 속은 마치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이런 가사가 의미 있게 전해집니다. 반복되는 가사는 바로 이것이었죠.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신앙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많은 묵상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거룩한 밤,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의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루카 2,7) 여기에서 보이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는 이 표현을 달리 생각해 보면, ‘사람들 각자 안에는 그들 자신이 너무도 많아서, 주님께서 오셨으나 그분이 쉴 곳은 없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먼저 소개해 드린, 노래의 가사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쁘게 맞으러 이곳에 모여 오신 교형자매 여러분, 이 시간 우리 각자에게 오신 주님을 우리가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내 속에 있는 많은 나의 것들을 내가 치우는 작업부터 해 보았으면 합니다.
성탄을 맞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오신 주님의 축복과 은혜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이 강론을 다음과 같은 기도로써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저에게 오시는 주님, 제 속엔 제가 너무도 없어서, 당신께서 쉬실 곳이 많습니다. 그러니, 제 안에 머물러 주십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