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성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메리 크리스마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 사람이 하느님처럼 되기를 갈망하며 사람이 되셨다. 우리와 함께 하심을 알리기 위해 사람이 되셨다. 그 사람 안에 내가 머물기를 바라며 사람이 되셨다.
그래서 기뻐한다. 내 안에 그 사람이 되신 그분께서 머무르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닮은 존재로 사람을 만드셨다. 그런데, 그 사람을 닮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몸소 사람이 되셨다. 이 어마어마한 진리가, 우리를 전율케 하는 사랑이, 지극히 높 으신 분이 모든 것을 버리고 비천함을 택하신 그 겸손함이 오늘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사랑하신다는 이 진리는 그분의 아들의 탄생으로 구체화되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그 사랑이 가시화된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는 사랑의 현실인 구세주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아니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다.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그저 이 세상을 구원해주실 구세주가 태어나셨다는 것을 믿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믿음은 나를 구원해줄 이가 태어나셨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분께서는 나를 위하여, 너를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탄생하셨다. 우리가 구원받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탄생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탄생은 우리 탄생의 동기이며, 이유이며, 궁극의 목적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성탄의 진정한 기쁨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기다려온 이들, 준비해온 이들, 희망하는 이들에게만 허락된다. 전쟁과 억압이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어둠이 끝내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 불의가 반드시 종식된다는 희망, 차별과 양극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역사 의 어두운 밤을 지새면서 가난한 이들, 소외된 이들, 버려진 이들,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눈 물과 한숨과 아픔과 쓰라림을 겪으면서도 언젠가는 평화와 자유와 평등과 정의와 사랑과 진리가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희망을 간직해온 이들,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를 준비해 온 이들, 그리고 그 희망을 현실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만 성탄의 진정한 기쁨은 허락된다.
하느님의 구원은 우리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잊혀진 현장, 말구유로 상징되는 바로 그곳, 세상의 무정함과 세상의 무관심과 세상의 외면의 한 가운데에서 이루어졌음을 믿고, 받아들이고, 그 현실에 기뻐하는 사람들에게만 성탄의 진정한 기쁨은 허락된다.
성탄이 나에게 진정 기쁨으로 다가오는가? 내 안에 아기 예수께서 탄생하셨음이 진정 기쁨으로 다가오는가? 아니면,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있는 축제일, 그저 먹고 마시고 노래 부 르고 춤추는 파티를 위한 날로 다가오는가? 혹 위험스럽거나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한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는가?
모든 이에게 성탄이 희망을 굳세게 하는 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재확인하는 은총의 날, 그리고 더 이상 세상의 논리에 머물지 않으려고, 거기를 벗어나려고 회개하고, 용서 청하는 날, 그래서 진정 참 기쁨으로 다가오는 날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란다.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주님 성탄 대축일 성야미사 공지사항
강론 중에도 인사를 했지만, 다시 한번 인사해보자.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이 미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께 기쁨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특별히 오늘 이 밤,
우리 김해 성당에서 저와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해주신 김진수 신부님께 감사 드린다.
신부님이 우리 김해 성당에서 성탄 밤미사를 함께 해주셔서 우리 본당 공동체는 참 기쁘다. 이 기쁨은 마치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셨을 때, 엘리사벳이 느꼈던 기쁨에 비길 수 있을 것 같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방문을 받았을 때,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 니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 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라고 인사했듯이, 《 신부님께서 저희에게 오시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신부님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똥배가 출렁거렸습니다. 라고 인사 올리고 싶다.
그리고 이 미사에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기쁨의 인사를 전한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우리에게로 오신 것은 모든 영광을 벗어 던지고,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간을 구하시기 위해서였다. 그 하느님을 본받고, 그 하느님을 믿으며, 각자의 삶 속에서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사랑을 펼쳐내는 사람들이 우리 신앙인들이고, 우리들의 최고 모범이요, 우리들의 스승이요, 우리들의 주님께서 탄생하셨기에, 한없이, 원없이 기쁜 오늘이다.
오늘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성가대, 복사단, 전례 봉사자님들을 비롯해서, 오늘 낮에 성당 대청소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 사목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사목회 위원님들과 제단체 소속 위원님들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늘 이 미사를 풍성하게 봉헌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이 미사를 찾아 주셔서, 오늘 미사에 오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공지 사항 3가지만 말씀드리겠다.
- 올해 성탄시기는 2024년 1월 8일 주님 세례 축일까지다. 구유는 1월 8일에 치워 질 것이다. 성탄시기 동안 구유 조배 자주 해주시기를 바란다. 강생의 신비를 눈 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조배는 《성사, 와도 같은 자격과 역할을 가진다.
- 2024년 1월 5일 오후 2시에 부산 교구 주교좌 남천 성당에서 사제-부제 서품식이 있다. 12월 27일부터 사제-부제서품자들을 위한 9일기도가 시작된다. 매 미사 전에 기도를 바칠 것이다.
- 밤미사 후에 따끈한 어묵탕이 준비되어 있다. 한 그릇씩 잡숫고 가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