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기원전 930년경, 지금으로부터 대략 2950년전, 이스라엘은 남과 북으로 분단된다. 북쪽에는 이스라엘, 남쪽에는 유다라는 나라가 생긴다. 730년경, 지금으로부터 대략 2750년 전, 북쪽의 이스라엘은 앗시리아라는 강대국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서로 연맹을 맺어 앗시리아에 대항하고 있었다. 당시, 남쪽의 유다에서는 아하즈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아하는 북왕국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연맹에 가담하지 않고, 강대국이었던 앗시리아쪽 으로 빌붙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하즈 왕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을 한다. 유다 왕국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군사력과 외교수완만이 해결책이라고 믿었던 인물이 아하즈였 다. 그러나 이사야 예언자는 국가의 운명과 국제협력이 반드시 군사력과 외교수완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현실적인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오히려 하느님의 노여움을 산다고 예언 했다.

 

이사야 예언자는 아하즈 왕을 찾아가 왜 나라 운영을 꼭 정치-군사-외교적으로만 해결하려 하는가 하고 꾸짖는다. 그리고 야훼 하느님께서 손수 택하신 백성이니, 야훼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야훼 하느님께 기적을 청해보라는 충언을 한다. 그러나 아하는 아주 세련된 표현으로 정중하게 거절한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만군의 하느님을 내 어찌 귀찮 게 해드릴 수 있겠소?>. 그러나 아하즈 왕의 이 말은 '나는 하느님의 힘 따위는 필요 없어' 라는 말에 불과하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다운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삶의 자세를 가르친다. 신앙인은 정치-군사력에만 의존하는 현실의 지도자들에게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를 알려주어야 하는 예언자의 소명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신앙이 없는 이들에게, 혹은 신앙이 있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가 부족한 이들에게 오늘 제1독서의 예언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제1독서뿐만 아니라, 오늘 복음도 신앙이 없는 이들이거나, 혹은 신앙이 있다 하더라도, 전적인 신뢰가 부족한 이들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처녀가 남자 없이 아기를 가진다 는 이야기, 밑도 끝도 없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한 처녀가 아기를 가진다는 이야기는 상식선에서 조차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동정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식의 물음은 지극히 인간적인 물음이다. 사실, 이 물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느님께서 당신의 왕국, 평화의 나라를 이룩하실 수 있는가, 없는가? 라는 물음과 똑 같은 물음이다. 동정녀의 잉태 소식은 불가능을 뛰어넘는 미래를 제시한다. 그리고 동정녀 잉태에 대한 신앙은 하느님이 바로 역사의 섭리자이심을 고백하는 신앙의 또 다른 한 표현방식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동정녀 잉태에 대한 신앙을 가진 사람은 현실만을 강조하고, 제도적인 힘만을 믿고, 군사력에만, 외교적인 수완에만 의존하는 일체의 노력을 거부하는 사람,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라는 이 말씀을 실제로 믿는 사람이다. 이러한 신앙인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힘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산다. 힘만이, 돈만이 최고라는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신앙인들은 박해를 각오하며 살아야 하리라는 예언의 말씀으로 들려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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