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크리스마스하면, 우리는 한 겨울 흰 눈이 평평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곧잘 상상하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어느 날, 어느 밤인지도 모를 날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분의 탄생은 '동정녀의 잉태'라는 신화와 결부되어 수많은 오해와 억측을 낳기도 했다.
동정녀는 깨끗하고 순수한 단어로 우리 머릿속을 차지하지만, 실제 그 말은 '부족함' 을 뜻한다. 동정녀는 완성되지 못한 사람, 거들짝이 없는 못 갖춘 상태이다. 그래서, 동정녀 잉태란,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 통해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셨음을 알려준다.
이것이 바로 동정녀의 잉태'가 지닌 진실이다.
동정녀와 약혼했던 요셉 역시 완벽하지 못했다. 요셉을 두고 의로운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만, 오늘 복음이 전하는 요셉은 보통의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기가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지겠지만, 자기가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일에까 지 책임을 지려고는 하지는 않는다.
<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 로 작정한 요셉, 오늘날에도 파혼은 혼인 당사자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주지만, 2천년 전 유다의 사회상황에서 파혼은 여성 배우자를 버리고, 사지 로 내모는 일이었다. 율법을 어기자니 의롭지 못하게 될 것 같고, 율법을 지키자니 배우자가 돌에 맞아 죽을 것 같고,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요셉이 선택한 《 남모르게 파혼하기 , 결국은 “버리자, 잊자였다. 그러나 하느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배우자도 살리고, 아기도 살리는 제3의 길을 열어 주셨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여라 》.
법을 지키며 사는 것은 상식常識이다.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상식非常識이다. 그러나 법의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법조항만 냅다 지키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법이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법이 아니라는 법의 목적을 위반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하느님은 법을 지키지 않는 비상식의 방법을 택하셨지만, 법의 목적을 이루셨다. 그리고 요셉도 하느님의 길을 따랐다.
요셉이 갔던 그 길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명 하나를 살리는데, 남의 눈치 볼 것 없다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로 남의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생명 하나 살리는 것,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남의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생명 하나를 살리는 일을 해보면 알게 된다.
그 일 자체가 바로 하느님의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성경에서 아내인 마리아와 잠자리 한번 제대로 갖지 못하고, 남자 구실도 제대로 못 한 남자로 여겨지는 요셉, 아내인 마리아와 아들인 예수에게 완전히 들러리 인생이었던 요셉, 남편이면서도 남편이 아니요, 아버지면서도 아버지가 아닌 요셉, 인간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셉이지만, 생명 하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모두 버렸던 요셉이 죽어라 돈 벌려고, 죽어라 높은 자리 올라가려고, 죽어라 누리고 있는 자 리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갖 더럽고 치사한 짓거리를 행하는 사람들을 두고 능력 있는 사람이 라고 치부하는 오늘날의 이 세상에서는 더욱더 빛나 보이고, 찬란해 보인다.
요셉의 모범을 곧이곧대로 따르며 살기는 너무나도 힘든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 다. 그러나 적어도 요셉의 삶의 일부분만이라도 본받으려, 적어도 우리 신앙인들부터 노력한 다면, 분명 우리 사는 세상은 조금 더 하느님 보시기에 거룩한 세상이 될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요셉을 본받아보라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