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7일 대림 제3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대림초에 촛불이 세 개째 켜졌다.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한 걸음 더 우리에게 가까이 오셨다.
대림 제 3주일은 성큼 성큼 우리에게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쁨을 묵상하는 주일이다. 그래서 사제는 오늘 대림 제3주일에 기쁨과 희망을 상징하는 장미색 제의를 입는다. 대림 제3주일을 지내는 우리들은 그리스도를 맞이할 자세를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배운다.
요한의 가르침의 핵심은 회개와 오실 주님을 맞을 준비다. 이 가르침을 재해석한 기도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가져 오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베푸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 오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위로를 구하기보다는 위로하고, / 이해를 구하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을 구하기 보 다는 사랑하게 해 주소서./ 자기를 줌으로써 받고, / 자기를 잊음으로써 참아내며, / 용서함으로써 용서를 받게 되고,/
죽음으로써 영생으로 부활하게 됨을 믿사오니,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참 아름다운 말들의 향연이다. 그런데, 이 기도가 우리들 삶 속에서 현실이 되려면,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사랑, 용서, 일치, 진리, 믿음, 희망, 빛, 기쁨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위로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고, 이해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자기를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고, 자기를 잊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본다고 했다. 반대도 성립한다. 보는 것이 느는 만큼 아는 것도 는다. 하지만,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요, 백각百覺이 불여일행不如一行이라 했다. 해보는 것만 큼 아는 것을 확실하게 늘리는 방법도 없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면, 아는 만큼 사랑을 실천해보면, 사랑을 조금 더 알게 된다.
용서가 무엇인지 잘 모르면, 아는 만큼 용서를 실천해보면, 용서를 조금 더 알게 된다.
일치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내 것, 내 생각, 내 주장이 소중하듯,
남의 것, 남의 생각, 남의 주장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 된다.

 

위로와 이해가 무엇인지 잘 모르면, 지금의 너의 아픔과 슬픔이 머지 않은 훗날의 나의 아픔과 슬픔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너의 처지에 나를 대입해서 나의 처지라 여겨보면, 위로와 이해가 무엇인지를 좀 더 알게 된다. 자기를 준다는 것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어 준다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의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그래서 나를 필요로 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주다 보면, 자기를 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 자기를 잊는다는 것은 《나부터 먼저 가 아니라, 《너부터 먼저, 곧 양보를 실천하다 보면, 알게 된다.

 

그런데, 진리, 희망, 빛,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는 믿음이 필요하다. 진리가 무엇인지를 알려면, 오직 한 분 하느님만이 참되고 올바른 분, 그분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이 우리들 인간의 삶의 참된 모범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진리-희망-빛-기쁨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위해 믿음을 가지려고 한다. 현실이 평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
현실을 평안한 상태로 바꾸려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드니, 마음만이라도 평안을 누리고 싶어 그리한다. 그런데, 그 믿음이라는 것이 예수께서 요구하시는 믿음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믿음인 경우가 다반사다. 사는 것이 힘들고, 내 삶 속에서 나 아닌 타인들 중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 내 아내, 내 남편, 내 자식, 내 부모의 마음, 가치관, 인생관을 바꾸어 보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듦을 온몸으로 겪어보았기에, 그들을 바꾸어 보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이 나를 힘들게 하여도, 나를 쥐어 흔들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키우려는 것이 믿음이라고 여긴다.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내 삶의 뿌리를 꽉 잡아 쥐고 계시는 분, 혹은 내 삶의 중심을 내어 맡길 수 있는 분에게 모든 것을 내어 던지는 투신을 하며 그분들에게 어떤 처지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변치 않는 믿음을 내려달라고 한다. 흔들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상태를 평안이요, 구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겪는 삶의 힘듦, 괴로움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려고, 아둥바둥 몸부림을 친다. 그들은 성당이건, 예배당이건 법당이건, 자기를 흔들리지 않게 꽉 붙잡아 매어두는 것이 있으면, 돈이건, 시간이건, 마음이건, 무엇이든 갖다 바친다. 그리고 약삭빠른 그 종교의 고용주들과 사용자들은 그 사람들이 자신들의 돈줄이요, 생명줄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꽉 붙들어 잡아 두려고 혈안이다. 그들은 예수나 부처의 가르침이 메인 요리가 아니라, 곁들인 반찬으로 만들어 버리고, 마음의 평안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가르침들만 골라서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님의 뜻이라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그리고는 좋은 말씀 한 말씀만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보를 가득 채워준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자신들의 권위를 드높이 세우려 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더 견고케 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언사임을 숨기고, 정의로운 하느님, 의로운 분노를 자아내시는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위선과 기만을 물리치라고 세례자 요한은 일갈한다. 회개, 지금껏 내가 향했던 삶의 방향에서 머리를 돌려 하느님을 향하라, 그리고 사람이 되어 오시는 하느님을 맞을 준비를 하라 한다. 하느님 당신이 알아서 하시라 하며 뒷짐지고 마냥 기다리지만 말고, 진짜 믿음을 가지라고, 내 삶의 고통과 번민을 하느님의 도우심과 은총으로 하느님과 함께 이겨내 보려 애를 써보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은 세레자 요한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고, 말쑥하지만, 실상은 세례자 요한 뺨칠 만큼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믿으며 사는 삶은 고달프다. 《말씀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이 말씀을 따 라 살 수 있겠는가? 라며 떠나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튀어 나오는 삶이다.

어중이 떠중이들은 모두다 예수를 떠났고, 부처를 떠났다. 그런데 그 고달픈 삶이 실은 십자가의 삶이고, 참 생명의 삶이고, 부활의 삶이다. 혹시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어? 번지 수 잘못 짚은 거 아니야?>

잘못 짚은 게 아니다. 제대로 짚은 거다. 참된 신앙생활은 고통의 길이다. 하지만, 그 고통이 자신의 구원과 자기 가족의 구원과 세상의 구원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그 고통을 두고 감히 은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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