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5일 대림 제2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제 아무리 따뜻한 말로, 따스한 행동으로, 따스한 햇볕으로 얼어 붙은 마음을 열려고 해도,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고, 귀를 열지 않고, 눈을 열지 않는 사람 있다. 2천년 전, 예수 의 말씀과 예수의 삶에 눈 닫고, 귀 막아 버린 사람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있다. 교회 안팎 에 수두룩하게 있다. 예수의 말씀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사람들 속에도 있고, 그 부류 에는 혹시 나도 끼어 있을 수 있다.

 

 <<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는 이 말씀이 총알로 변해 내 마음 한 중간을 꿰뚫고 지나가는 것 같다. 개별 사람 들의 무관심이 모여 무관심의 사회가 되면, 무관심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무책임의 사회와 연 결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오송 터널 지하차도 참사, 이 세 사 건의 공통점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발뺌하며, 그 사건들에 무 관심하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점점 더 사람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가는 것만 같다.

 

  흔히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미움은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그래도 어느 정도라도 남아 있을 때에 그 상대방 에 대해 갖는 마음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무관심은 다르다. 상대방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 는 것, 어떠한 관심도 없는 것, 그래서 그 상대방이 죽든지, 말든지,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으 로 여기는 것, 그 상대방을 쓰레기로 여기고,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는 것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누가 오든, 나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작정한 사람들, 귀 닫고, 눈 막아 버리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기로 작정한 사람들에게 복음은 참으로 무력하다. 돌 처럼, 굳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제 아무리 세상 최고의 석공이 온다고 하더라도, 그 돌같 이 굳은 마음을 쪼개어 내고, 그 마음을 아름다운 조각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제 아무리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용광로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그들의 얼어 붙은 마음을 녹여 내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사랑이라는 것은 반응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을 읽어 내려는 노 력이다. 상대방의 행동을 정성껏 바라보는 일이다. 이 놈이 무슨 말을 하나, 이 놈이 무슨 행동을 하나 하면서 감찰하는 것은 상대방을 자기 수하에 두려는 짓거리이지, 사랑이 아니다.

  감시하고, 관찰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전자에는 그 사람 입장에 서 보는 일, 역지사지하는 일이 없지만, 후자에는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사람 됨됨이와 그 사람의 정서적, 정신적 배경에서 보려고 하는 노력, 그 사람의 입장에 함께 동참하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서 산다는 것은 '입장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공감해 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반복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랑과 신앙은 비슷한 점이 있다. 기도하고, 미사 참례하고, 성체를 영하면서, 신앙인은 예수의 사랑과 예수의 마음을 기억하고, 기념한다. 그 기억과 기념을 바탕으로 예수의 마 음을 내 마음과 일치시켜, 이 세상에서 또 하나의 예수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신앙인 이다. 예수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가 힘이 빠져 가고 있고, 신앙도 무력해진다면, 그것은 교회의 구성원인 신앙인들이 예수에게 무관심하고, 예수처럼 세상을 살아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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