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3일 수요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성당과 예배당을 찾는 이유는 예수에게로 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에게 온다고, 저절로 내 삶의 멍에가 없어지고, 내 삶의 짐이 없어지지 않는다. 별로 변하는 것은 없다. 도리어 더 나에게 많은 멍에와 짐이 씌워지면, 씌워졌지, 멍에와 짐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가지가 달라진다. 예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진심으로 깨닫고, 예수의 삶을 내 삶 안에서 재현, 실천하며,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또 다른말인, 사랑만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이 진리를 깨닫고 나면 내 삶의 멍에와 짐은 그대로이나 그 멍에가 편해지고, 그 짐이 가벼워진다. 편해져서 편한 멍에가 아니라 가벼워져서 가벼운 짐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그 멍에와 짐을 함께 짊어져 주시기 때문에, 편할 수 있고 가벼워 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앙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고, 이것이 신비이고, 은총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지는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십자가의 삶을 살아 보아야만 경험할 수 있다.
이 신비와 은총을 경험하지 못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그 길, 사랑의 길, 생명의 길, 십자가의 길을 실제로 걷지 아니하면, 그리스도 예수에게로 와서 안식을 얻는다 하면서도 자꾸 힘겨움은 피하려고만 하게 되고, 고통은 제거되는 것만이 능사이고 불편은 해소되는 것만이 은총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믿으면서도 불평은 끊이지를 않게 된다.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을 뿐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삶을 오늘 제 1 독서는 이렇게 알려준다. 이 대목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강론을 끝맺겠다: << 그분께서는 피곤한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이에게 기력을 북돋아주신다.....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