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1일 대림 제2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신앙인으로 살아 가면서 가끔씩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하는 질문이 있다. "예수, 그분 은 나에게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이 제시하 는 예수에 대한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저 나에게 있어서 예수 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 오만 가지 생각하다 보면, 자칫 이단이나 사이비로 전락해 버릴 위험이 있다.

 

  오늘 복음의 요점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한이 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자연과 마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인간의 죄까지도 용서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것이다.


 

  사실, 하느님 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 땅에서 죄를 용서할 수 없다는 율법학자들의 생 각은 구약성경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전적으로 옳다. 구약성경은 오직 하느님만이 개인이든 단체든 사람의 죄를 용서해주시는 분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니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눈 에 죄의 용서와 병의 치유를 함께 베푸는 예수라는 랍비는 그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오늘 복음의 요점보다는 변두리에 놓여 있는 중풍병자를 들고 온 사람들에 내 시선이 더 오래 머문다. 그리고 나에게는 오늘 복음이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식, 곧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그 방식을 축복하시는 하느님 이야기로 다가온다.

 

오늘 복음을 얼핏 읽으면, 중풍에 걸린 사람을 치유하는 예수님과 그 치유에 대해 시비를 거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간의 논쟁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바로 중풍병자를 들것에 들고 온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는 마르코 복음서에도 나오고(마르 2,1-12), 마태오 복음서에도 나온다. 마르코 복음서에 따르면 중풍병자를 들 것에 들고 온 사람은 네 사람이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중풍병자를 들고 온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밝히지 않는다. 다만, 오늘 복음에는 중풍병자를 들고 온 사람들이 몇 명인지 나오지는 않지 만, 남자 몇이 중풍병자를 들 것에 들고 왔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들이 그 중풍병자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인지 오늘 복음은 그들에 대해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믿음을 보시고 예수께서는 그 중풍병자를 치유해 주신다.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 삶이 그리 쉬운 삶은 아니다. 나 혼자 살기도 힘들고, 내 가족 먹여 살리기도 빡빡한 것이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서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시대 착오이고, 시대의 조류를 거슬러 살아가는 방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삶은 이 세상에 참빛과 희망을 안겨주는 삶이다.

 

  중풍병자를 들것에 들고 주님을 뵈올 수 있도록 애썼던 사람들, 절망의 늪에 빠진 이 들에게 그래도 함께 한번 더 힘내서 살아보자고 손을 내미는 이들, 살아가는 의미를 도대체 모르겠다고 한숨 쉬거나 우울증에 빠진 이들에게 당신이 내 삶의 의미라고, 당신의 웃음이, 당신의 미소가 나를 살게 한다고 말해주며, 힘이 되어주려 애쓰는 사람들은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깜깜한 밤, 더욱 빛나는 별들로 우리들 주변에, 이 어두운 세상에 희망을 주는 이들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힘도 별로 없고, 그리 가진 것도 넉넉하지 않지만, 희망을 주는 사람으로 살면서, 주님께서 주신 사랑의 빛을 잃지 않고 살면, 그 빛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고 모인다. 

그리고 그렇게 모이는 사람들이 참다운 교회로 거듭나게 되고, 그 교회는 세상에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 지난날 광화문 광장을 촛불 하나 하나가 모여 밝혔듯이, 그렇게 빛과 희망은 빛의 사람들과 희망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모이고 모이면서 어두운 세상을 밝힌다.

 

  빛의 사람, 희망의 사람,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이 미사에 함께 하고 있는 우리들이다. 아파하는 사람 들 것에 들고 주님 뵈올 수 있게 하는 그 무명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우리들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우리의 신원과 우리의 사명을 알려주고, 다시금 두 주먹 불끈 쥐면서 사랑하며 살라고 나를 다그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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