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0일 대림 제2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지난 2023년을 되돌아 보면, '책임'이라는 말이 가장 아쉬웠던 한 해가 아니었나 하 는 생각이 든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를 시작으로 7월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달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8월 세계 잼버리 실패, 그리고 2030 세계 엑스포 유치 실패 등 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다. 말 들은 무성했지만, 정작 어떤 말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없었기 때문에, < 책임 >이라는 말이 가장 아쉬웠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국가 전체적으로뿐만 아 니라, 작은 사회, 사회의 가장 근본이라는 가정에 이르기까지, 일가족 자살, 처자를 살해한 후 자살과 같은 일들과 같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흘러 넘쳤던 해가 2023년이었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말들 중에 < 내로남불> 곧<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 캔들 >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류의 생각이나 표현들은 우리들 일상에 참으로 많이 퍼져있다. /며느리가 친정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것은 남편 몰래 돈을 빼돌리는 짓, 내 딸이 친정부모에 게 용돈을 주는 것은 길러준 데 대한 보답./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릇없이 키 운 탓이고, 내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자기 주장이 뚜렷해서. / 남이 내 아이를 나무라 는 것은 이성을 잃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 내가 남의 아이를 꾸짖는 것은 어른된 도리로 타이르는 것/ 남의 흰머리는 조기 노화의 탓, 내 흰 머리는 지적인 연륜의 상징/ 남의 목소 리가 큰 것은 주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몰상식, 나의 목소리가 큰 것은 원래 성격이 시원 시원하고 호탕하니까/남이 나의 실수에 대해서 한마디 하는 것은 쓸데 없는 간섭, 내가 남의 실수에 대해서 한마디 하는 것은 걱정스런 충고/다른 여자가 남자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여우짓, 내가 남자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은 모성애의 발현

 

이외에도 수많은 < 내로남불 >이 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조금이라도 찔리는 것이 있다면, 회개꺼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들의 공통된 특징은 < 나 위주의 생각 >, < 나 위주의 말 >, < 나 위주의 행위 》들이라는 것, 내 삶만 중요하고, 남의 삶에 대 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심보의 발현들이라는 것이다. 사실, 남은 내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존재이다.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언제나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 내로남불 》은 남에 대해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삶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태도들이다.



  오늘 우리는 대림 제2주일을 맞았다. 오늘 복음과 다음 주 복음에서 우리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과 그의 말을 듣는다.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면서 회개를 부르짖었다. '회개', 수없이 들어왔던 단어다. 이 단어가, 바 로 지금 나의 마음에 얼마만큼 의미를 주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기간이 바로 인권주일 을 맞이하는 오늘과 이번 한 주간 내내 우리가 골똘하게 생각해보아야 하는 사회교리 주간인 대림 제2주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회개가 필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나 친척 중의 누구이며, 사회 구성원중의 누구라고 생각해 오지 않았는지, 그리고 설령 자신에게서 회 개할 잘못을 생각해 낸다 하여도 그것은 부득이한 것이었으며, 지금 당장은 이렇게도 저렇게 도 할 수가 없는 것으로 묻어두고 치부해 버리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그 사회는 저 윗분들만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회개,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방향에서 머리를 돌리는 일이 회개다. 돌아서자. 나 중심 에서 너 중심으로, 물질적인 세속 중심에서 사람과 하느님 중심으로 돌아서자. 인간의 성숙은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자신에게 요구하는 데 달려 있다. 지나온 일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현재의 그릇된 삶에 안주하거나, 오직 육체적인 만족과 욕망을 채우는 데에만, 자신의 정열을 쏟아 붙고 있다면, 회개라는 단어는 영영 남의 단어가 되고 만다.

 

어서 일어나 보자. 게을렀던 마음에서, 믿지 못했던 불신앙의 마음에서 일어나 보자.

교만하고 이기적이며, 미움과 분열을 일으키던 마음에서 지난날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일어나 보자. 자신은 아무 죄도 지은 것이 없다고 하는 어리석은 고집에서 일어나 보자. 죄를 짓기는 지었으되, 그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편견에서 일어나 보자. 그리하여 물질적인 부와 경제적 정치적 힘이 최고라는 세상 중심에서 인간과 하느님 중심으로의 삶, 자기 중심에서 타인 중심으로의 삶으로 변화해 보자. 

변화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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