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4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우리는 병자성사 때에 주로 듣는 복음을 듣는다. 백인대장, 라틴어로 centurion이라고 한다.
100명의 군인들의 대장이라는 뜻이고, 오늘날 군대에서 중대장급에 해당한다.
이 백인대장은 자기 노예나 종을 사람으로 여겼고, 그를 아끼고 사랑했다. 게다가 신실한 유대인들은 결코 이방인들의 집안으로 들어 가지 않는다는 유대인들의 관습도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로마인이었지만, 타인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줄도 알았던 이 백인대장은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의 소유자였다. 백인대장은 예수님의 제자도 아니었고, 야훼 하느님을 믿는 유대교 신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른다.
« 주님 »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는 ‘Kyrios’이다. 미사 시작 때에,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 라고 응답하는 대목이 있는데, 원래 이 대목은 그리스어로 Kyrie eleison이다. Kyrie는 « 주님이시여, 주여 »라는 뜻이고, eleison은 « 어여삐 여기다, 사랑스럽고 귀엽게 여기다»는 뜻이다. 그래서 Kyrie eleison은 사극 드라마에서 주로 나오는 대사,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와 똑같은 뜻이다. 그리스어 Kyrios를 라틴어로 번역하면, « dominus »이다. « domunus »는 « 주인님 », 혹은 « 어르신 »이라는 뜻이다.
백인대장은 예수님을 3번 « dominus »라고 불렀다.
그런데 그 뜻이 다르다. 첫번째로 그가 발음한 « dominus »는 « 주인님 », 혹은 « 어르신 »의 뜻이고, 두번째와 세번째로 그가 발음한 « Dominus »는 오직 유일한 « 주님 »이라는 뜻이다. 백인대장을 감동케 하고, 그의 입에서 « 주님 »이라는 호칭이 나왔던 것은 로마제국에서 « dominus »라는 호칭을 듣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예수께서 «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겠소 »라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 dominus »라면. 의례 그 아픈 종을 데리고 나오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성은이 망극할 만한 일인데, 예수라는 « dominus »는 자기 종을 고쳐 주겠다 했으니,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백인대장은 이제 예수님을 자기의 유일한 « 주님 »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이렇게 겸손하게 말한다 : « 주님,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
백인대장의 말에서 드러나는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은 예수님을 탄복시키고, 마침내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백인대장의 품위를 끌어 올려 주신다 :
«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습니다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백인대장은 신앙과 더불어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참된 신앙인의 모범을 알려준 인물이다. 그렇다. 참된 신앙은 성숙한 인격, 성숙한 시민의식과 반드시 정비례한다. 신앙 따로, 인격 따로인 사람, 신앙 따로, 성숙한 시민의식 따로인 사람은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며 다가온다 : « 나는 신앙인이면서, 성숙한 인격과 훌륭한 시민의식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 아니면, 그저 무늬만 신앙인, 열심한 체하는 신앙인, 앞뒤가 안 맞는 신앙인으로 살고 있는가 ? »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