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일 토요일 성모신심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2023년 마지막 달의 성모신심미사를 봉헌하며 듣는 오늘 미사의 복음은 함석헌 선생의 유명한 시,
<<  그 사람을 가졌는가 >> 를 떠올리게 한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예수님의 눈에 들어왔던 당신의 사랑 받는 제자, 요한은 예수님께
   과연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이었을까?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십자가 곁에서 예수님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요한을 빼고, 모두 여성들이었다. 호흡은 가팔라지고, 점점 더 죽음의 순간에 가까워지면서, 예수께서는 지상에 남겨지는 당신의 어머니를 요한에게 맡기신다.

부족하기 짝이 없었던 요한을 예수님은 믿어 주셨고, 요한은 주님의 부활 이후 새로운 사람 으로 거듭나게 된다. '저 맘이야' 하고 믿을만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예수님은 요한을 믿어 주셨고, 예수님은 '나'도, '너'도 믿고 계신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머지 않을 미래에는 찬란해질 것을 믿고 계신다.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예수님의 마음,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라는 마음이 요한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을까? 이심전심이었을까 ? 요한은 예수님의 12제자중에 가장 늦게까지 살았다.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당신이 죽음을 당할지라도, 당신의 어머니를 통해,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통해 세상의 빛은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것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셨음에 틀림 없다. 이 믿음과 이 희망의 결실이 부활이었고, 주님께서는 이미 생전에 당신의 부활을 여러 차례 예언하셨다.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주님께는 당신의 어머니와 당신의 제자가 있었다.

그들이 당신의 뒤를 이어 아버지 하느님의 일을 계속 할 것임을 믿으셨기에, 그분은 마침내,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 하며,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 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라고 늘 흥얼거리듯 노래했던 어머니 덕에,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 이라는 말씀을 내리셨던 아버지 하느님 덕에 늘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예수님이셨다.


 

     예수님의 삶에 늘 함께 하셨던 어머니를 당신을 따라 3년을 따라다녔던 제자에게 맡기셨던 것은 어쩌면 제자들에게 당신 삶의 감춰졌던 부분, 당신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알려주고 당신의 뒤를 따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의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 마리아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그 사람>>을 내 삶의 자리에서 찾아내려고 애쓰기 보다, 내가 먼저 나의 가족에게, 나의 동 료에게  , 그리고 타인에게 <<그 사람>>이 되어주려는 사람, 성모님을 닮을 사람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떠하겠는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통해 제자들을 교육시켜 참 사도가 되게 하려는 예수님의 빅피쳐를 묵상하게 하고, 성모님의 평소 사람 됨됨이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i 그 사람을 가졌는가 전문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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