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일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멀리만 느껴졌던 하느님, 세상과 별 상관이 없는 분으로 여겨졌던 하느님이 예수의 등장과 더불어, 결코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들 한가운데에 계시는 분, 예수의 웃음과 눈물과 한숨과 측은함과 분노와 연민 속에서 세상과 함께 하시는 분임을 하느님은 예수 그리 스도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내셨다.
우리가 감지해낼 수 있는 계절의 변화로 때가 바뀌고 있음을 알듯이, 예수 그리스도 의 등장과 그분의 행적과 말씀으로 이미 종말은 시작되었다는 것, 이것이 오늘 복음의 핵심 이다. 그 종말을 성경의 언어로 표현하면, 새 하늘과 새 땅'이다. 이미 새 하늘과 새 땅'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시작되었다. 그러면, 그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들은 어떤 삶을 영위해야 할까?
입으로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말하지만, 정작 내 삶은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많다. 성당에 나가고, 예배당에 나가고, 절에 다니면서, 부처님, 예수님 찾아 다녀도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늘 변화하는 삶, 늘 깨어 있는 삶'은 살지 않은 채, 그저 옛 것이 더 좋다, 몸에 익은 것은 더 편하다면서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새 하늘과 새 땅, 새로운 삶은 과거 악습과의 완전한 결별에서 시작된다. 새 하늘 새 땅은 지금까지 이 하늘과 땅을 더럽혀 온 모든 부정과 야합이라는 죽음의 문화를 깨끗이 포기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단풍 든 이파리들이 하나씩 둘씩, 자기를 붙잡고 있던 가지들과 결별하고 땅으로 돌 아가고 있는 계절이다. 내년에는 그 이파리들이 떨어진 나뭇가지 자리에 다시 새순이 돋을 것이다. 때가 되었는데도 사라지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참 추하다.
바뀌어야 하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져 가는 이 세상에 도무지 이 변화를 받아 들이지 못하고 오늘도 옛날 타령만하고 과거의 바지 고맹이를 물고 늘어져 자기의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모든 생명들 역시 추하다.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생명은 자연 도태될 뿐이다.
없어지고 사라지고 죽어 가기를 부정하는 것은 오로지 죽은 생명들뿐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며, 성큼 성큼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산 생명 을 살고 있는가? 나는 정말로 새 하늘 새 땅에서 살고 싶은 것인가?"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