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나해) 강론 – 첫 마음
주임신부 2023. 12. 10, 덕계성당
몇 년 전, 대림 제1주일부터 바뀐 새 [로마 미사 경본] 한글판에 따르면, 신자분들께서 적응했어야 할 표현이 바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였습니다. ‘영’이라는 단어가 추가되었죠. 이에 대해 잠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단어 ‘영’이 추가된 이유는 라틴어 미사 경본에 원래 있는 단어(‘spiritus’)로서 한글 번역에도 충실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은 ‘영혼’이 아니라 ‘은총’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성품성사를 통해 받은 성령의 은총’을 말합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말하게 되는 “사제의 영과 함께”는 “사제가 서품을 통해 받은 성령의 은총이 당신과 함께”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영과 함께’를 우리가 왜 표현해야 하는지 알아보면,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이 표현과 의미를 우리 한국교회 신자분들도 알아서 익혀야 함이 합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례 사제가 회중에게 건네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는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미사 중에 자주 나오는 이 표현은 인사말입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심을 확인하는 대화구의 인사말입니다. 라틴어 원문이나 외국어 번역본에서 드러나는 문법상의 의미로서 본다면 두 가지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즉 “주님께서 지금 여러분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라는 ‘현재 모습’과 “주님께서 계속하여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기원 내용’, 이 모두를 포함하는 인사말입니다.
이렇게 바뀐 이 대화구의 표현을 미사 때마다 제가 접하며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가 있습니다. 신자분들께서 주례 사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또한 사제가 서품을 통해 받은 성령의 은총이 당신과 함께’... 이 인사말에도 두 가지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제서품을 통해 받은 성령의 은총이 ‘지금도 함께 합니다.’와 ‘계속 함께 하길 바랍니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 사제서품 때에 나에게 주어진 성령의 은총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 때의 은총을 기억하며 그 ‘첫 마음’이 변치 않고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오늘의 독서와 복음을 생각해 봅니다. 이들 안에서도 ‘첫 마음’을 발견합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고 사막에 길을 곧게 내는 것, 골짜기를 메우고, 거친 곳은 평지가 되며, 험한 곳은 평야가 되게 하는 것’(이사 40,3-4 참조), 이것들이 바로 이사야 예언자의 ‘첫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야 함’을 선포합니다.(마르 1,1 참조) 이 또한 세례자 요한의 ‘첫 마음’이었습니다. 이 세례자 요한의 첫 마음은 필요한 마음으로서 변치 않았고, 결국 그는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길’을 잘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첫 마음’... 우리 모두는 이 ‘첫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혼하면서, 직장에 첫 출근하면서, 신자가 되는 세례를 받으면서 등등. 그 때 분명 ‘첫 마음’이 있었고 그 첫 마음은 분명 ‘필요한 마음’이며 ‘좋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전례적 시간으로는 새해인 ‘대림시기’를 이미 시작한 이 즈음에, 우리의 ‘첫 마음’, 그 ‘필요하고도 좋은 첫 마음’이 우리 안에서부터 새삼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고 계신 여러분, 저는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또한 여러분께서 받으신 성령의 은혜로써 여러분의 ‘첫 마음’이 여러분과 계속 함께 하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