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27호 2017.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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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사순절에 더 자주 듣는 말이 회개하라는 요청입니다. 회개가 죄와 연관되어서 그런지, 뉘우치라 하는데 그게 힘들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말이 점점 더 싫어집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는 우선적으로는 죄와 잘못에 대한 뉘우침(悔)과 고침(改)을 뜻합니다. 그러나 회개로 번역한 성경원어 그리스말 메타노이아(metanoia)는‘생각하다(noein)’와‘넘어, 바꿔(meta)’를 합쳐놓은 말로,‘생각을 바꾸는’ 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죄에 대한 뉘우침보다 훨씬 더 근원적인 차원입니다. 어쩌면 지금은 잘 안 쓰는 옛말,‘회두(回頭)’,‘회심(回心)’이 메타노이아에 더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이 두 단어 모두 머리나 마음을‘돌리는’일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머리를 돌리면 다른 것이 보이고, 다른 것을 보게 되면 생각이 바뀝니다. 또 이렇게‘생각을 돌이키면’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의 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실상 회개란 말 또한‘잘못에 대한 뉘우침(悔)’은 그저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 반쪽인 고침(改)이 뒤따라야 온전한 단어가 됩니다.‘고친다’는 방향을 틀어 바꾸는 일입니다. 이런 까닭에 자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 마냥 뉘우치기만 하는 것은 회개가 아니라 자기매몰일 뿐입니다. 메타노이아가 되기 위해선 자기개방, 자기탈출이어야 합니다. 회개가 자기탈출을 위한 출발이라면 이 말 조금은 더 좋게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