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85호 202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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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물 준비 예식에서 사제가 손을 씻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례위원회

 

  사제는 예물 준비 예식을 끝내면서 제대 옆에서 손을 씻습니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예식 때 사용할 빵이나 포도주를 비롯해 식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봉헌했습니다. 이렇게 봉헌된 물품들은 성직자 생활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도 사용되었습니다. 신자들이 봉헌하는 여러 종류의 예물은 사제의 손을 통해 하느님께 봉헌하였는데, 그다음에 성찬 전례를 계속하기 위하여 사제의 손을 깨끗하게 씻을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성체를 영하는 신자가 크게 늘자, 미사 때 쓰이는 빵은 지금의 제병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고, 신자들이 봉헌하는 현물도 11세기 이후 화폐의 발달로 현금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사제가 손을 씻어야 했던 실용적 이유가 사라지자, 거기에 신학적 의미가 더해졌습니다. 이제 사제가 손을 씻는 예식은 ‘공동체가 내적인 정화를 통해 성찬 전례를 합당하게 거행하려는 열망’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76항)
 

  사제는 정화된 마음으로 성찬 전례를 거행하겠다는 의미로 손을 씻으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님,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미사통상문 28항) 이 기도는 시편 51편 4절 “하느님, 저의 죄에서 저를 말끔히 씻으시고 저의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하소서.”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미 구약성경에서도 물로 씻는 행위는 정화의 의미를 지녔고,(민수 19,1-22) 거룩한 만남의 장막 앞뜰에는 제사장의 정화 의식을 위해 물을 담아두는 놋으로 만든 큰 가마가 놓여 있어 성막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손발을 물로 씻어야 죽음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탈출 30,20-21)
 

  초대 교회에도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어 정화하는 관습이 있어서 큰 성당 앞뜰에는 반드시 우물이나 수반이 있었습니다. 이 관습은 현재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찍어 십자성호를 긋는 행위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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