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양산 온유하신모후(제26) 꼬미시움 훈화
당신 눈동자처럼
‘위령의 날’을 맞아
주교님의 주례로 미사를 봉헌하고,
성직자 묘소(墓所)에 들러
‘아버지 신부님’(신학교 추천 사제) 묘(墓) 앞에서
잠시 침묵 가운데 기도하였다.
故 김성도 모세 사제(1924-2015)
만주 해북진에서 출생하여
함경남도 덕원신학교에 입학하셨지만
덕원신학교가 폐쇄됨에 따라
성신대학교(現 서울가톨릭대학교)로
전학·졸업하여 사제로 서품받으셨다.
이념 대립이 극에 달한 분열의 시대를
온몸으로 부대끼며 처절하게 사시며
동족상잔의 비극 속으로 내몰려
생사의 기로에서
38선을 3번이나 넘나들었다셨던 신부님
신학교 폐쇄, 추방, 피난 등
뼈저린 고초를 딛고
그 처참하고 암담한 처지에서도
성소(聖召)의 끈을 놓지 않으시고
‘폐허가 된 덕원과 함흥교구에 피어오른 꽃’이라
격려받으시며
왜관에서 거행된 첫 사제서품식에서
끝내 사제(司祭)가 되신 신부님
무엇보다 오롯이
항구하게 일생 사제(司祭)로 사시다
사제(司祭)로 선종하신 신부님
살아생전
당신 묘비에 새겨달라셨다는
성구(聖句)가
이 가을, 위령성월에
마음속 깊이 울림을 남긴다.
“스산한 울음소리만이 들려 오는 빈 들판에서 만나,
감싸 주시고 키워 주시며
당신 눈동자처럼 아껴 주셨다.”(신명기 32장 10절, 공동번역성서)
2023년 11월 2일, 양산 ‘하늘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