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가톨릭부산 2023.11.01 12:02 조회 수 : 81

호수 2782호 2023. 11. 5 
글쓴이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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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고유한 인생길
 

 
임성근 판탈레온 신부
미국 세인트 마인라드 신학교

 
   반갑습니다. 저는 임성근 신부입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20대 남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과 동행을 하는 역할입니다. 이번 학기는 23명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한 명씩 만나서 무엇을 겪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무엇을 갈등하고 있는지 함께 겪는 일을 합니다. 또한 그룹으로 만나서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지 공동체를 통해서 함께 성장할지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전자를 개별 동반이라고 하고 후자를 공동체 동반이라고 합니다. 성장의 길에 동반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인생길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일입니다. 청년은 길을 함께 걷는 동행자를 필요로 합니다. 청년은 미리 정해진 길을 안내해 주는 사람은 원치 않습니다. 미리 정해진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사람도 원치 않습니다. 미리 정해진 일정대로 따르기를 원치 않습니다. 청년은 스스로 길을 찾고 목적지를 탐구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 함께 해주는 동행자를 원합니다. 그것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입니다. 
 
   저는 신학교 양성자입니다. 제가 만나는 20대 남학생들은 신학생들입니다. 그들이 사제 성소의 길을 가고 있지만 20대가 겪는 고민과 갈등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제가 맡은 파트는 인간 양성입니다. 자신의 고유한 성격과 개성을 발견하며, 인생에서 겪어야 할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이끄심을 발견하는 것을 인간 양성이라고 합니다. 흔히 인성교육이라고 하면, 예의범절을 배우고, 자제력을 기르고,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맞는 이야기지만,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왜냐면 인간양성은 붕어빵 찍어내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 쿠키 커터라고 합니다. 기성세대들은 표준화에 익숙합니다. 평균치를 정해두기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청년이라는 범주로 청년을 지칭하기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아마 오늘날 청년은 스스로가 청년이라는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를 꺼려할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한 명 한 명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청년들은 한 명 한 명을 고유한 존재로 대해주기를 원합니다. 
 
   “아, 그래서 하느님이 너를 부르신 거구나.” 학생이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렇게 감탄하게 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학생은 날개를 단 듯 살아갑니다. 본당 청년들에게도 이 말을 해줄 때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겪어야 할 것을 겪을 때, 그들의 눈물과 한숨, 기쁨과 보람 뒤에 숨어 계신 하느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정해진 인생의 틀을 만들어 두고 거기에 맞게 살아가라고 청년을 부르지 않습니다. 청년 스스로 하느님 창조하신 고유한 목적을 보물 찾듯이 찾아 나서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샤론 파크스는 청년에게 답 안 나오는 질문을 하고, 세상에 없는 가치를 실현하는 꿈을 꾸라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국 방문 중에 청년들에게 하느님께 아침마다 세번 ‘하느님은 내가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기를 원하십니까?’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고유한 인생길을 걸으며 하느님의 섭리에 감탄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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