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26호 2017.03.19 
글쓴이 차광준 신부 

“의로움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위하여 평화 속에서 심어집니다.”(야고 3, 18)

 

차광준 다윗 신부 / 이주노동사목

 

  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뒤 한동안 주일학교 친구들 얼굴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세월호 희생자들이 생각나서 그랬던 것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어른으로서 어린 친구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아이들이 어른들에게‘그동안 어른들은 무엇을 했느냐?’며,‘왜 우리는 아직도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없느냐?’며 물어 온다면, 얼마나 부끄럽겠습니까? 그렇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본당을 떠나 이주노동사목이라는 특수사목의 현장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또다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발전한 나라이기에, 외국인 노동자들 앞에서 자신만만해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국내외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회적 정책에서는 아직까지도 미흡하다는 사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 앞에서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정치적으로 아주 혼란한 시기이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사회 문제들에 대하여 질문을 해온다면, 과연 무슨 말을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이처럼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도 의로움의 열매가 맺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오늘 저는 야고보서 3장 18절의 말씀을 묵상해 봅니다.“의로움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위하여 평화 속에서 심어집니다.”이 말씀에 따르면 우리들이 아무리 의로움의 열매를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지 않으면, 의로움의 열매는 맺어질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적 현상들과 문제들에 대하여 쉽게 비판하고, 비난하며, 불만을 품기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구체적인 실천을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주님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봉헌하면서, 아주 작은 노력 하나라도 실천해 보았으면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하여 화살기도 한 번 바치는 노력부터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에서부터 의로움의 열매는 반드시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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