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주인과 일꾼들
마태오 20, 1-16/ 2023. 9. 24. 연중 제25주일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를 들려줍니다. 이 비유를 들으면, 일반적인 우리의 상식이나 세상의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유의 시작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듯, 이 비유는 하늘나라의 신비에 관한 것입니다. 이 비유를 통해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시고, 우리 인생에 대해 깊이 성찰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첫번째로 우리가 묵상해볼 점은 하느님은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은총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비유에서 포도밭 주인은 아침부터 일한 일꾼에게도 오후 늦게 일한 일꾼에게도 똑같이 그들이 먹고 살기에 필요한 만큼의 삯을 줍니다. 포도밭 주인이 주는 품삯이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의 이치에도 맞지 않고 정의롭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포도밭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품삯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이해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은 나의 능력과 자질, 내가 이룬 성과와 결과를 넘어섭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능력이나 노력 때문에 은총을 베푸시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당신의 크신 자비와 사랑으로 은총을 주십니다. 우리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무리 크다 하여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견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닫고 그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둘째로 오늘 비유는 인간의 모습, 즉 우리의 모습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합니다. 비유에서 아침부터 일한 일꾼들은 다른 이들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그들은 처음 포도밭에 불려올 때 주인과 약속한 것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늦게 온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여, 자신들이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다른 이와 비교하는 것은 질투와 시기를 유발합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자기 삶의 풍요로움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기 삶의 기쁨을 빼앗아 가버립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주신 은총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다른 이들과 비교하고, 그럼으로써 유혹에 넘어집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깨달아야 할 것은, 하느님은 우리 각자를 사랑하시고, 우리 각자에서 필요한 은총을 필요한 만큼 주신다는 것입니다. 실상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기 자신을 참으로 사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에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삶의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물질을 넘어서는 풍요로움과 기쁨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욱 겸손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하는 사람은 참다운 행복을 찾고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에 감사드리고, 우리의 못난 모습을 성찰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우리 삶의 새로운 풍요로움과 참다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과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