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노동

가톨릭부산 2023.08.23 10:22 조회 수 : 11

호수 2772호 2023. 8. 27 
글쓴이 김서율 사도요한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노동
 


 
김서율 사도요한
대연성당 · 노동사목 노무실장
cathlabor@naver.com
 

 
   노동이란 단어는 저를 포함한 어떤 이웃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곤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생명을 유지하려면 노동은 필수이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노동에 소모하며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세기부터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는 동안 줄곧 고통 속에서 땅을 부쳐 먹으며,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창세 3,17.19 참조) 죽을 때까지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은 슬프기도 하지만 자아실현을 돕기도 합니다. 
 
   노동은 인간의 생각과 마음에서 시작되어 행위로 표현되고 다시 인간에게 돌아갑니다. 세상 대부분의 일자리들은 최종적으로 ‘누군가’ 또는 ‘자신’을 대상으로 향합니다. 혼자 일하는 업종들도 마찬가지로 결국 ‘자신’이라는 인간을 향하고, 이러한 노동의 결과는 그 형태가 어떠한지와는 무관하게 결국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보면, ‘노동’은 마치 목적지가 다양한 버스와도 같은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노동환경 속에서 이 버스는 많은 목적지인 ‘인간’들을 거치게 됩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 십계명은 하느님에 대한 흠숭과 인간이 자신과 이웃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노동환경에서 최소한 십계명이 지켜지고 있다면, 그 이상은 개인의 책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이 이웃에게 다가가는 버스라면, 그 안에서 이웃에 대해 십계명만 잘 지킨다면 교만과 인색, 분노 등을 표현해도 문제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라.”라는 새 계명을 주심으로써 모든 것이 변화되었습니다. ‘사랑’은 칠죄종을 모두 이겨내고 인간을 온전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웃에게 데려다주는 ‘노동’이란 버스에 ‘사랑’을 실어서 탑승자들과 경유지의 이웃들에게 나누어준다면, 이 버스는 많은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창세기에 인간들이 받았던 노동을 신성하게 변화시키셨습니다.
 
   글을 마치며 내면에서 떠오르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너희는 진리를 알게 될 것이며,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저는 ‘노동’이 비록 우리를 고난케 할지라도 이웃에게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줌으로써, 우리를 성장시켜 주고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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