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
부산가톨릭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과 교수
TV 야생 동물 프로그램을 보면 맹수와 초식동물이 어우러져 일정한 규칙을 지키며 공존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멋진 모습이 나온다. 많은 장면 중, 초식동물을 발견하여 잔뜩 웅크리고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폭발적인 순발력을 발휘하여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한 끝에 먹잇감을 낚아채는 사자의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가히 백수의 왕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사냥 천재인 사자도 신체의 어느 일부에 밸런스가 깨지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보다도 약한 다른 맹수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한 번은 이빨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사자가 먹지 못하니 힘이 없어 사냥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하이에나 무리의 공격을 받아 힘 한번 못 쓰고 전사하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
하느님께서 하사하신 이 몸도 제작된 지 어느덧 60년이 되어 여기저기 고장이 나 요즘 병원 드나들기 바쁘다. 다행스럽게도 큰 병은 없는지라 다시 잘 조이고 기름 쳐서 한동안은 문제없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왼쪽 어금니에 문제가 생겼는지 심한 통증을 느껴 오른쪽으로만 음식을 씹으니 이젠 오른쪽 어금니도 시원치 않다. 진료 차 방문한 치과 원장의 설명에 의하면, 인간의 치아는 사람에 따라 28~32개가 있고, 모든 치아가 각각 다르게 주어진 씹는 역할을 충실히 다했을 때 음식을 잘 섭취하여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단다. 그런데 필자의 왼쪽 치아 대부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아래 어금니 1개가 너무나 많은 일을 해오다 보니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여 금이 갔고, 그 틈새로 감염되어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는 상황이니 일단 치료를 시작해 보잔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게 치과 치료인데 말이다.
어찌 우리 치아만 그러랴! 구성원 모두 주어진 역할을 잘해야 공동체가 잘 굴러갈 수 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는 가정, 회사, 국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고, 신앙 공동체인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고, 과부하가 걸린 그 누군가마저 결국 지쳐 쓰러지게 된다면? 공동체와 구성원 모두가 불행해질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각자의 역할을 완수하려는 공동체 정신의 함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