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변모의 의미: 용기, 희망, 위로
마태오 17, 1-9/ 2023. 8. 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이고, 오늘 미사의 복음 역시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몇몇 제자들과 함께 높은 산으로 오르시어, 당신의 거룩하고도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산 위에서의 예수님 모습은 영락없이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영광 중에 빛나는 얼굴,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계신 모습, 그리고 구름 속에서 울려퍼지는 아버지 하느님의 음성, 이 모두가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과 같은 분이심을 보여주고 있고, 이 모습이야말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님께서 언제 그리고 왜 당신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첫째로, 예수님께서 언제 거룩하게 변하셨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주님 공생활의 시기들을 살펴봐야 합니다. 복음서를 살펴보면,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활동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갈릴래아에서의 복음 선포입니다. 이곳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다고 선포하시며, 많은 이들을 치유해 주시며 하느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기적을 통해 보여주십니다. 두번째 부분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갈릴래아를 떠나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 중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이 여정 중에 예수님께서는 세 차례에 걸쳐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예고하십니다. 이 두번째 시기는 당신 수난과 죽음에 앞서 제자들을 준비시키고 훈련시킨 시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부분은 예루살렘에서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십니다. 제자들은 이전에 예수님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온전한 신앙을 가지지 않았지만, 주님의 부활을 목격하고 나서야 주님을 온전히 이해하고 믿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고 또한 묵상하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예수님의 활동 두 번째 시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제자들이 당신 수난을 잘 준비하도록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두번째로, 우리가 좀 더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할 점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당신의 수난과 제자들의 십자가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오늘 복음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을 예고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나서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시어, 당신의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주님의 영광을 보고, 주님의 얼굴을 보는 것은 수난과 고통, 자기 십자가를 통해서 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부활의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심으로써, 이제 곧 예루살렘에서 당신의 수난을 함께 겪을 제자들에게 위로를, 그리고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짊어져야 할 제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고자 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제2독서 베드로서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때 사도들의 강렬했던 하느님 체험에 대해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거룩한 산에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하늘에서 들려온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날이 밝아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듯이 그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의 삶이 여전히 어둠 속에 있고, 우리에게 밝은 날이 언제 올지 막막하더라도, 끝까지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고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견디고 이기라는 사도의 말씀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사도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셨듯이, 오늘 우리에게도 사도들에게 주셨던 그 선물을 주십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오늘 우리들이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시고, 오늘 우리가 겪는 시련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주시며, 오늘 우리의 아픔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우리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수난과 십자가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빛나는 얼굴을 만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당신 부활의 영광을 우리에게 보여주시고,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와 위로를 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