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청하다

1열왕 3,5-12/ 2023. 7. 30. 연중 제17주일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솔로몬 임금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느님은 솔로몬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묻습니다. 하느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으신다면 나는 무엇을 청할까 생각해보며, 오늘 솔로몬의 대답에 대해 함께 묵상하도록 합시다.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은 블레셋 족의 침략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첫 임금으로 오릅니다. 그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삼고, 하느님과의 계약의 상징인 십계명을 넣은 계약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옵니다. 그의 아들 솔로몬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짓고 그곳에 계약의 궤를 모십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다윗과 솔로몬 임금 시대는 가장 번성한 시기였고, 특히 솔로몬 시대는 더욱 더 번성한 시기였습니다.

특별히 솔로몬 임금은 지혜의 상징으로 유명합니다. 우리가 다 잘 알고 있듯이, 두 여인이 한 아기를 데려와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솔로몬 임금은 그 아기를 칼로 베어 두 동강을 내어 절반씩 나누어 주라고 시킵니다. 한 여인은 그 아기의 절반이라고 가져야겠다고 말하고, 한 여인은 울며 그 아이를 살려달라고 말합니다. 솔로몬은 그 아기를 살려달라고 말한 여인 이야말로 그 아이의 어머니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이 판결은 이스라엘 전체에 퍼져 나갔고, 사람들은 솔로몬 임금의 지혜와 공정함을 길이 길이 칭송했습니다. 또한 솔로몬은 구약성경의 코헬렛,” 예전에 우리가 전도서라고 불렀던 코헬렛을 썼다고 여겨질만큼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더 나가서 솔로몬의 지혜는 비단 구약성경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교의 쿠란에도 솔로몬은 지혜로운 왕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솔로몬 임금은 기브온에서 하느님께 제사를 지내고, 꿈에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하느님은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하고 물으십니다. 솔로몬은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자신을 위해 장수나 부를 청하지도 않고, 원수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았으니,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솔로몬 임금의 지혜와 분별력은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요 선물입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솔로몬의 청원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하느님께 청했습니다. 참으로 지혜와 분별력의 시작이자 뿌리는 듣는 마음, 들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참으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 외부에서 울리는 공기의 진동을 인지하는 것을 듣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듣는 마음이란, 말하는 이를 깊이 이해하고, 그의 마음에 공감하며, 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듣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내와 수고도 필요하고, 열린 마음도 필요합니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아픔을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참으로 듣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인간 관계를 포함한 모든 관계의 시작입니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지혜와 분별력의 뿌리입니다. 더 나아가서 들을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신앙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 17)하고 가르칩니다. 참으로 듣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말씀,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 미사 독서에서 무엇을 바라느냐?”하신 하느님의 물음에 솔로몬 임금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청했습니다. 오늘밤 꿈에 하느님이 똑 같은 질문을 하신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달라고 청할까요? 오늘 독서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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