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오창석 신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지난 5월 31일, 사제피정 중에 들려온 소식입니다. ‘언양분회 분회원이신, 이○○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다리가 좀 불편하셔서 수술받으신 적은 있지만, 쌀수매 때, 추수감사미사 때, 풍년기원미사 때 그리고 분회 모임을 위해 방문하여 뵐 때마다 항상 수줍은 미소로 맞아 주시던 분이었고, 대단히 성실하게 생명농사를 지으시던 분입니다. 그런데 당시 모내기 철이었는데 무리를 하셨는지 3일 정도 계속 설사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구급차가 왔고 호송되었지만, 병원으로 가는 길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입에 올리기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농민들의 이러한 죽음은 이미 예고되었던 사실입니다. 저희도 그러한 죽음에서는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언양분회를 방문하게 되면 알 수 있는 것이, 회장님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분회원들이 여든을 훨씬 넘으신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저를 보시면 항상, 짙은 주름을 찌그러뜨린 채 “이제는 농사 못 짓겠다.” 하시는 이야기를, 제가 우리농을 맡아 처음으로 농가를 방문했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하십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농사짓는 데 체력의 한계도 더 느끼시고, 작은 병치레에도 이전보다 고생을 더 하시는 모습을 보며, 분회원들이 지켜온 생명농사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염려가 됩니다.
최근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아이를 둔 엄마들의 고민을 담은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장 보는 시간이 이전보다 많이 늘어나고, 생선을 고를 때면 일본산 아니냐고 물어야 하고, 방사능 검사는 했는지도 따져야 한다고 합니다. 마트에 가서도 그냥 고르지 못하고, 과자 하나하나의 뒷면에 적힌 원재료를 따져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부모라면 내 자식에게 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인공 방사능이라는 게 절대 안전하지 않거든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안전하지는 않지만 미량이라 안전하다는 건 모순이죠. 독인 걸 알면서 아무리 조금 들어있다고 해서 그걸 자식에게 주고 싶은 부모는 없어요.”
그렇게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소중한 자연을 지켜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요! 생명농사를 지으려는 농민들을 지키고, 또 그 일을 누군가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소중한 자연이 오염되고, 자연을 해치지 않고 생명농사를 짓는 농민이 없다면, 소중한 사람과 나눌 먹거리도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