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에게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시니

마태오 11, 25-30/ 2023. 7. 9. 연중 제14주일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가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말씀으로 당신의 공적 생활을 시작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라는 말은 예수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구약성경의 영향을 받은 단어입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면서, 예수님은 지상 천국을 건설하거나 천년왕국을 세우시고자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 나라를 하느님의 구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이 율법 속에 감추어진 것도 아니고, 죽어서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며, 머나먼 미래 속에 있는 것도 아님을 가르쳐 주십니다.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구원은 예수님과 더불어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시작된 현실입니다. 예수님과 더불어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체험하고, 지금 여기에서부터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음을 당신의 기적으로 보여주십니다. 성경에 나오는 기적은 기적 그 자체보다는 하느님 나라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 하느님의 능력과 권능이 기적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열번에 걸쳐 나병 환자를 고치시고,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시며, 마귀를 쫓아내시고, 중풍병자를 고쳐주시는 등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그러나 마음이 완고하여 자기 생각대로만 살고, 자기 살던대로만 살던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지혜와 슬기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 유대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순박하고 가난하며 욕심없는 이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받아들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런 뜻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신비는 철부지들에게, 철부지와 같은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신비입니다. 복음서가 표현하는 철부지, 어린 아이, 가난한 사람은 철이 안든 사람, 나이 어린 사람,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로지 하느님말고는 아무것에도 의지할 수도 없고, 의지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로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드러납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알고 깨닫게 되는 것은 세상의 지식과 지혜와는 다릅니다. 세상의 지식과 지혜는 쉽사리 권력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근대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은 힘이다하고 말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그런 지혜가 아니며, 오로지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이들에게만 드러나는 신비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대한 지혜는 권력이 아니라 참된 안식을 가져다 줍니다. 하느님 안에서 누리는 평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는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기적을 통해서 하느님의 신비를 보고 듣고 알며 깨달은 사람은 새로운 기쁨과 평화와 위안을 얻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철부지요 어린 아이이며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오늘 주님의 말씀 새겨 들으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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