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택과 삶의 방향 잡기

가톨릭부산 2023.06.28 10:57 조회 수 : 11

호수 2764호 2023. 7. 2 
글쓴이 김지영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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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선택과 삶의 방향 잡기

 

 
김지영 마틸다
우동성당

 
“그 사람은 하는 일이 뭐야?”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말할 때, 그의 직업을 그 사람 자체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하는 일을 그의 인격이나 인생, 삶의 질과 따로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어떤 직업을 왜, 어떻게 선택했고 과정은 어떠했는가는 그의 인격이자 인생궤적이라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생명과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상과 관계 맺고 사니까요. 그러기에 ‘진로선택’이란 ‘자신의 인생의미를 선택, 몰입하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선택의 기회들은 대개 젊은 시절 주어지고 학창 시절에 열려 있습니다. 그때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긴 인생 여정이 달라지기에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온갖 훈수와 충고를 둡니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 지금 젊은이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더 치열하게 살게 되었구요. 

 
   이런 때에,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요? 사실 직업이 자신에게 전혀 맞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소명으로 주신 ‘나다움’과 전혀 안 맞는 옷이라면요.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직업인이 되어도, 그 삶은 내 발에 맞지 않는, 걸을수록 아픈 신발을 신고 고생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각자의 고유성과 특별함은 부정한 채, 똑같은 꿈, 진로와 목표를 정해 특정 깃발을 먼저 취하려 합니다. 부모들은 너도나도 남들이 다 좋다는 직업을 자녀가 갖기를 바라고 원하는데, 이러한 기성세대의 가치관 때문에 패배의식과 무기력에 빠진 젊은이들이 많아진 건 아닐까요? ‘은둔형 외톨이’, ‘게임중독’ 하며 젊은이들을 걱정하지만, 이는 그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이끈 어른들의 탓이자 그들의 상처 입은 모습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여러 시도와 경험을 할 시간과 기회는 안 주고 같은 잣대로 채점된 점수 올리기와 우등생 되기라는 미명아래 다양한 자기탐색 시도는 막은 채, 제대로 된 진로선택을 차단해 왔음을 반성하면서요. 학교성적은 사실 삶의 방향 선정에 큰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좋은 진로 선택이 자신에게 맞는 일의 발견이라면, 이에 모든 과목의 높은 점수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 직업을 가진 여러 개의 인생을 살지 않으니까요. 그렇기에 ‘난 어떤 것도 잘하지 못했어.’에서 ‘내가 아는 건 수학, 영어점수가 어떠했다는 사실 뿐이야. 뭘 잘할지는 그 성적만으로는 알 수 없어.’라고 생각을 전환해야 할 것입니다. 명문대학 졸업, 선망의 취업만이 멋진 성공이고 못 이루면 실패라는 논리를 버려야 합니다. 

 
   우리 모두 다 소중한 대체 불가의 독특한 꽃들입니다. 다른 역량과 색깔, 모습, 쓰임이 있어 피우지 못할 꽃은 없습니다. 다만 꽃자리, 모습, 색깔, 시기가 다를 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삶에 동기가 생깁니다. 더 중요한 건 내면의 소리(어릴 적 더 좋아한, 더 끌리고 행복했던 것들)에 귀 기울이며 잠재력과 적성을 발견하고자 애쓰면서, 자기만의 ‘보폭’으로 정진하는 데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실패들을 더 많이 만날 것이라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시도란 늘 실패를 동반하니까요. 하지만 실패란 다른 말로 하면 성공으로 가는 팁이니, 연속되는 실패들에 혹 의기소침해져도, 실패란 지금 자신의 상태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로 여겨야 합니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테니까요. 그러다 보면 방향은 더 선명해지고, 능력과 내면은 강해져 결국 도움 주며 감사받는 일꾼이 되게 하니까요. 

 
   자! 우리 젊은이들이여, 잠재력을 믿고, 무기력을 털어내고 더 시도하고 견디며 부지런히 고유한 자기 가치와 인생과업을 찾고 매진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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