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64호 2016.0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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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효 신부 |
지금 여기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루카 3, 21)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세례란 죄를 씻는 것이잖아요?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셨다면 예수님께 씻어야 할 죄가 있었단 말인가요?”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참 한가한 논쟁을 즐기시나 봐요?”라고 차마 입으로 말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껌뻑거릴 것 같다.
예수님 시대에 있어 고통은 곧 죄였다. 처음에는 죄가 있어 귀머거리가 된 줄 알았지만 나중에는 귀머거리여서 죄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죄가 있어 나병이 걸린 줄 알았지만 나중에는 나병이 있어 죄인이 되었다. 중풍병자가 된 것도 그랬고, 과부가 된 것도 그랬으며, 고아가 된 것도 그랬다. 처음에는 죄가 있어 삶의 고통이 왔다고 여겼지만 나중에는 그 고통이 곧 죄가 되었다.
예수님은 강물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모든 고통의 장소 거기에로 뛰어드셨다. 창녀의 고통, 세리의 고통,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 거기에로 뛰어드셨다. 사람들이 죄라고 여기며 회피하려 했던 삶의 고통 그 자리,‘하느님만이 그 죄를 용서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며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고통 그 자리에로 뛰어드셨다. 죄의 죄악성을 신랄하게 규명하는 논쟁에 열을 올릴지언정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그 자리에로 뛰어드셨다. 너무나 고맙고 가슴 먹먹한 메시아의 참모습이다.
한겨울, 피해자가 오히려 죄인으로 취급받는 그 자리가 너무 많다. 생업의 자리에서 쫓겨났는데 죄인이 된 사람들, 생때같은 자식을 바다에 잃고도 죄인 취급 받는 사람들, 지옥 같은 취업전쟁에서 영혼의 절반쯤을 잃어버리고 돌아왔는데 잉여 인간 취급받는 젊은이들. 이들의‘지금 여기’는 고통이라서 죄이다.
누군가 이들의‘지금 여기’에 가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하늘도 열리지’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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