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를 통한 하느님과의 만남

요한 6, 51-58/ 2023. 6. 11.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우리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술도 나누어 마시며, 커피도 한잔 합니다. 당연히 우리들의 식사와 술자리는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니요 목마름을 축이기 위해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상대방을 좀 더 새롭게 만나고 새롭고도 더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통해 생각과 삶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기에 격식과 예의만 차리다 끝나버리는 식사만큼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삶을 나눌 수 없는 식사 자리는 인간적이지도 못하고 메마르고 불행한 자리가 됩니다.

복음서 여러 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과 식사를 하셨습니다. 루카 복음을 보면, 사회 지도층 사람들은 예수님을 먹보요 술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창녀와 세리들과 어울린다고 비난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그들을 새롭게 만나기를 원하셨고 새로운 관계를 맺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의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식사는 일상의 식사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겠지만, 마지막을 의식하고 하는 말과 행동은 특별한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가르치고 행동해온 모든 것을 총괄적으로 보여주십니다. 한편으로는 당신의 철저한 희생이고, 다른 편으로는 그분의 희생으로 얻는 새로운 생명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과의 마지막 식사를 당신의 생명을 나누는 자리요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자리로 여기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나누어 주시는 빵을 세상 사람들을 위해 죽어야 할 당신의 몸으로 이해하십니다. 그분께서는 포도주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쏟아야 할 당신의 피로 이해하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 식사를 당신 생명을 나누어 주시는 절정의 순간이며 하느님과 맺는 새로운 계약의 완성으로 생각하셨습니다. 나눔의 절정, 관계의 완성은 바로 자기를 희생하여 이루는 사랑입니다. 바로 이 사랑으로 세상 사람들과 예수님의 새로운 깊은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예수님의 피로 맺는 관계입니다. 이 피로 하느님과 새로운 이스라엘의 계약이 이루어집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의 만남, 하느님과의 새로운 계약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생명을 줍니다. 그리스도의 생명, 부활의 생명을 줍니다. 이 생명은 매일 먹는 밥이나 빵으로 살아가는 생명이 아닙니다. 이 생명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성장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대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그리스도 역시 그 사람 안에 머물게 됩니다. 성체 성사를 통해 주님이 우리 안에, 우리가 주님 안에 있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잔을 들 것이며, 서로의 사랑을 나누며 음식을 먹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식탁은 더 깊은 만남과 더 새로운 관계를 지향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도 우리는 예수님의 만찬에 참여할 것입니다. 그 만찬에서 하느님과 더 깊은 만남과 더욱 새로운 관계가 맺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님과의 만찬 안에서 너희도 이를 행하라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세상 사람을 위해 주님처럼 자신을 내놓을 결심을 할 것입니다. 이 만찬 안에서 우리는 내가 마실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느냐?’하신 주님의 질문을 매일 매일 새롭게 새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님의 이 질문에 이렇게 응답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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