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56호 2023. 5. 7 
글쓴이 홍성민 신부 
중독으로부터의 해방

 

 
홍성민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장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중독 관련으로 상담과 강의하고 있는 홍성민 신부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중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술이나, 마약, 도박이나 게임과 같은 것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 보통 중독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중독은 술이나 마약과 같은 특정한 물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혹은 도박이나 게임과 같은 좋지 않은 행위를 반복해서 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독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고, 꼭 술이나 약물 같은 특정 물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말 많은 대상을 통해 중독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운동, 쇼핑, 일, 성형, 설탕(당), 탄수화물, 매운맛, 관계(relationship), 성(sex) 등 정말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이 중독인지 헷갈리고, 또,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하는 게 좋을지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먼저 중독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생각해 보면서, 하나씩 살펴봅시다.
 
   중독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뜻이 우리말로는 구분되지 않은 채 같은 말로 사용되면서 혼란이 있습니다.
   먼저 살펴볼 중독의 첫 번째 의미는 영어로 ‘poisoning’ 또는 ‘intoxication’라고 하는 것입니다. Poison은 ‘독’입니다. Poisoning이라고 하면, 우리말의 중독(中毒)과 같은 뜻입니다. 우리 말의 중독은 한자어인데, 단어의 뜻 그대로를 생각하면 독이 몸에 들어온 걸 말합니다. 요즘 해독(detoxication)이라는 뜻으로 ‘디톡스’라는 말이 유행인데, ‘해독’은 여기서 말하는 ‘중독’의 반대 뜻입니다. 식중독에 걸리거나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면 병원에서 해독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해독이 다 되면 여기서 말하는 중독치료가 완료된 거예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중독은 이런  뜻이 아닙니다. 앞의 중독과는 다른 뜻으로의 중독은 영어로는 addiction’이라고 하는데, 노예가 된다는 뜻입니다. addiction의 어원은 라틴어 addicere(양도하다, 굴복하다)에서 오는데, 라틴어는 고대 로마 시대 때 썼던 말입니다. 로마는 이웃 나라와 자주 전쟁하곤 했는데, 전쟁에서 진 쪽은 이긴 쪽에게 항복하고,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즉 주인이 바뀌는 것입니다. 중독자라는 뜻의 addict는 고대 로마 법정에서 잡혀서 감금된 노예나 주인에게 넘겨진 사람입니다. 노예는 자유가 없습니다. 원래 사람은 자기 뜻으로 움직이지만, 노예는 자기 뜻으로 살지 못합니다. 주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주인의 뜻에 복종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에서 우리 친구들과 같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중독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술이나 약물, 도박이나 게임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것인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이 어떤 것을 선택할 때 뭘 원하는지, 왜 이것을 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할 때가 많습니다. 중독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진정한 주인으로 사는 겁니다. 하루하루 주어지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독의 반대는 자유입니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겠죠? 그리고 뭘 하면 기쁘고 행복한지를 알아야 그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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