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꿈꾸는 나에게

가톨릭부산 2023.03.22 11:36 조회 수 : 15

호수 2750호 2023. 3. 26 
글쓴이 박선정 헬레나 
부활을 꿈꾸는 나에게

 
 
 
박선정 헬레나
남천성당, 인문학당 달리 소장

whitenoise99@hanmail.net

 
   나폴리의 구도심 한 뒷골목에 있는 작은 경당에는 특별한 조각상이 있다. 작은 경당 중앙에 놓여있는 ‘베일에 싸인 그리스도’가 그 주인공이다. 대리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이 작품에는 관람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예수님의 주검에서 느껴지는 완전한 평온함이 그것이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긴 채 자신을 내려놓은 이의 평화가 바로 이런 것일 거다. 부활은 이렇듯 죽음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에게 찾아오는 특혜다. 사순의 어두운 시기를 지나야 부활절이 온다. 예수님의 주검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채 부활의 탄성을 지를 수 없음이다. 그리고 죽음과 부활은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우리 인간이 늘 안고 살아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주님은 하나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시는 듯하다. ‘이렇게 살다가 죽어라, 그러면 부활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 모범 사례를 분석해 보자. 우선 예수님은 자신만의 삶을 살지 않으셨다. 늘 누군가를 돕고 치유하셨다. 진심으로 통회하는 이는 살인자라도 용서하셨다. 한마디로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가련한 이들의 십자가를 대신 또는 함께 짊어지는 삶이었다. 그러고 보면 자연 세계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그대로 실천한다. 그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장렬하게 자신을 버린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흙에 묻혀 기꺼이 타인을 위한 거름이 된다. 그리고 다음 해 봄, 그 거름에서 영양분을 받은 흙과 가지에서는 부활의 기적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하느님을 닮았다는 우리 인간은 어떨까. 갈수록 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도, 늘 그대로다.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를 버리지도 못하고 타자의 지혜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지조차 못한 채 자신만의 몸과 생각 안에 변함없이 머물러 있다. 즉, 삶 속에서 결코 죽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감히 부활을 청한다. 죽음과 부활은 예수님께서 주신 상징이다. 사순시기와 부활절에만 이 기적을 경험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를 낮추고 누군가의 십자가를 함께 진 채 기꺼이 가시관을 쓴다면 우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순간 오히려 ‘베일을 쓴 그리스도’가 보여주는 평화를 느끼게 되고 그다음에는 ‘하느님의 가르침 안에서’ 더욱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가 주시는 삶과 죽음과 부활의 기적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매일 부활하는 삶을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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