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422호 2017.02.19 |
|---|---|
| 글쓴이 | 윤미순 데레사 |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윤미순 데레사 / 수필가 jinyn5020@hanmail.net
예전에 정기적으로 보육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는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되자 아이들은 헤어질 때면 큰 길가까지 따라 나와서는 아무리 들어가라고 해도 돌아서지를 않았다. 또한 아이들은 과자가 먹고 싶다는 말을 은근히 흘리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과자를 사주고 싶었지만 주변에는 조그만 상점조차 없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과자를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먹으라고 돈을 주면 앞으로 계속 이럴 것이고,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배웅한답시고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과자를 사먹으면 다행이겠지만 그 돈을 가지고 게임방에 갈까 걱정이 앞섰다. 보육시설에 항상 아이들의 간식이 늘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믿지 못한 탓도 있었다.
얼마 전 여섯 살 남자아이를 남겨둔 채 아이 엄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아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자꾸 묻는다고 했다. 엄마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말을 듣고 하늘나라에 대하여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고모가 아이를 보살피고 있는데 늘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가 안쓰러워 가급적 감싸주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 할까봐 조심스럽고, 야단을 치자니 마음이 너무 괴롭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겠다.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고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사랑을 주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나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 가장 뼈저리게 사랑을 받고 있는 순간을 기억했다. 그 기쁨의 순간에 나를 들여다보면 그 사랑의 기쁨들은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것이었다. 나의 가장 밑바닥에 잠겨 있는 샘에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절로 솟아 나오는 것이었다. 그 상태에서는 분별력때문에 사랑이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분별력으로 인하여 잘잘못을 가리되 그 모자람으로 인하여 상대방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때 비로소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한 감격으로 찬미와 영광이 터져 나오게 된 것이다.
결국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며 하느님의 크신 손길이 작은 영혼 안에 머물러 주셔야 완성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순간도 놓치지 말고 하느님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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