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49호 2023. 3. 19 
글쓴이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교회 안에서 자신의 고유한 사명을 찾는 여정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온천성당 · 전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1914년 조선총독부 관보 제551호 ‘衛生(위생)’ 부분 ‘醫生免許(의생면허)’ 명단에 20명의 경상남도 의생(현재 한의사) 가운데 당시 기장에 거주한 김태일(1880-1958)이 포함되어 있다. 김태일 베드로는 현 부산시 수영에서 우석의원을 경영하며 적지 않은 재부를 쌓았다. 그는 수영공소 초대 회장이었으며 수영성당(현 광안성당)을 건립할 때 토지를 기증하였다.
 
   전승에 의하면 1820년경 김태일의 증조모 박 마리아를 시작으로 그의 가문이 천주교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김태일은 수영으로 이주하기 전 동래 부근인 기장군 웅천마을에 거주하며 서당훈장을 맡았다. 웅천공소에서 신자생활을 하였고 이후 수영공소 부근으로 이주하였다.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수영구 지역은 한국전쟁으로 피난민과 함께 인구가 증가되면서 신자수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공소회장 김태일은 부지 2,230㎡(약 675평)를 선뜻 기증하여 성당 건립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그의 신앙활동은 아들 김정융(시메온)에게도 이어져 대를 이어 2대 공소회장을 맡으며 수영성당 건립에 힘을 쏟았다.
 
   그의 한의업 이력과 관련하여 각별히 주목되는 것은 천주교가 신앙의 자유를 찾기 전에 한의업에 종사한 천주교 신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초기 한국천주교회에서 의관들은 직업상 큰 거리에 한약방을 내고 진료와 시약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각 계층의 사람들과 빈번히 접촉하며 천주교를 전교하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식민지 시기 의생인 김태일에게도 그대로 반영된 이 같은 모습은 천주교회의 중요한 유산이 된 듯하다.
 
   김태일이 의생으로서 활동을 넓히려는 것이 이주의 중요 목적이라면 동래 내에서도 보다 번화한 동래읍 부근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1868년 무진박해 때 동래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수영 장대골과 인접한 수영 공소 인근으로 거주지를 새로 정한 것은 단순히 의생으로서의 활동 공간을 확장하는 것을 넘어 신앙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태일의 공헌은 대를 이어 천주교 신앙을 지켰으면서도 이제껏 관심의 대상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천주교 신자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일은 그가 가진 위치와 직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믿음을 지키며 천주교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라는 물음을 다시 한번 제기해보며 의생 김태일의 삶을 조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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