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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1 11:26

[강론] 사순 제3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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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일(가해) 강론 – 좋은 신자
 

주임신부    2023. 3. 12, 범일성당


 

교회 표현으로서, ‘착한 목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의 요한복음 10장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자신에 대하여 “나는 착한 목자다.”라고 세 번이나 말씀하십니다.(요한 10,7;11;14) 참 좋은 표현이지요. 그래서, 신학교에서는 신학생들에게 교육을 할 때, 사제들도 예수님을 닮아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가르칩니다.
 

그런데, 오늘날을 살면서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제가 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착해야 한다.’로서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사제가 착하기만 하면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쉽게 답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착하기만 하면, 남들에게 속을 수 있고, 결단해 할 때 머뭇거리다 그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으며, 성당의 다양한 일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기에, 쉽게 응답하기 힘든 것입니다.
 

성경과 교회 안에서 표현하는 ‘착한’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는 ‘Bonus’이고 영어로는 ‘Good’입니다. 이 단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착한’ 또는 ‘좋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 안에 ‘착한 목자’도 좋지만, 특히 오늘날에는 ‘좋은 목자’가 더 좋고 필요한 내용이라고 저로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자’에게 뿐만 아니라, 신자분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 교회 안에 ‘착한 신자’도 좋지만, ‘좋은 신자’가 더 좋고 필요한 내용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가 ‘착함’에서부터 ‘좋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오늘 복음을 생각해 봅시다. 복음에서 우리는 목마른 예수님과 물 긷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을 보게 됩니다. 복음의 이 장면을 만날 때 마다, 제가 신학생이었을 때 교수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교수 신부님께서는 복음 안에서 아름다운 장면들 중 하나로, 오늘 복음의 내용, 즉 예수님과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을 꼽으셨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어 인간의 목마름을 체험하고, 인간은 하느님을 만나 하느님의 목마름을 체험합니다. ‘하느님의 목마름과 인간의 목마름’이 만나는 이 순간이야 말로 모든 갈증이 해소되는 극적인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목말라 하셨던 예수님과 우물가에 온 여인과의 대화를 보면, 대화가 진행되면서 역설적으로 정작 물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여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그 여인에게 물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 여인 옆에 예수님이 계시다는 환경, 이 두 가지는 여인의 고정관념을 깨어 버리게 하였고 그녀에게 ‘필요한 변화’를 있게 하였습니다. 

    여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이 변화는 예수님께 대한 호칭에서 잘 보이는데, 이 호칭들은 마치 ‘착함’에서부터 ‘좋음’으로 넘어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자, 이제 호칭이 넘어가는 모습들을 봅시다. ‘선생님’이라 부르다가,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하더니, 고을 사람들에게는 ‘그분이 그리스도’라고 넘어갔습니다.(요한 4,9;19;29 참조) 선생님, 예언자, 그리스도... 그녀가 부르는 이 호칭의 변화는 바로 예수님을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결국 그녀는 착한 신자뿐만 아니라 좋은 신자로서 바람직하게 머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며, 더 좋게 변화하길 바라시는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 속의 여인은 예수님에 대하여 ‘선생님’에서 ‘예언자’로, 또 ‘예언자’에서 ‘그리스도’로 바람직하게 넘어갔습니다. 

    다른 한편 생각해 보건데, 우리도 ‘착한 신자’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좋은 신자’로 바람직하게 넘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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