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63호 2016.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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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마음의 수분크림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나이 탓일까요? 언제부터인가 찬바람이 불면 가려운 곳이 생깁니다. 넓적다리나 옆구리를 남몰래 긁는 일이 잦습니다. 찬바람을 쐬면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손도 거칠어집니다. 미사 시간 성가를 부를 때 목소리가 갈라져 쑥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몸이 건조해져서 그렇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겨울에는 자주 물을 마시고 거칠어진 피부에는‘수분크림’같은 보습 화장품을 발라주라고 합니다. 요즘은 화장하는 남자도 많다고 하지만 아직 보습 화장품을 챙겨 바르는 습관이 안 돼 있어 겨울철 내 피부는 여전히 거칠거칠합니다.
문득 현대인은 피부뿐 아니라 마음의 보습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쟁에 지치고, 차가운 현실에 메말라 버린 가슴들, 각박한 세상 살아내면서 말로는 다 못할 상처로 거칠어진 가슴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습니까. 이렇게 거칠어진 가슴에 온기 있는 새살이 돋아나려면 상처를 진정시켜줄 영혼의 보습제를 먼저 처방해야 합니다. 또 불안과 불신으로 쩍쩍 갈라진 마음들이 다시 합쳐 서로에게 힘이 되는 비옥한 마음이 되려면‘마른 논에 비’같은 수분보충이 필요합니다. 자주 마음이 허전해지고 헛헛해지는 인생의 가을쯤을 지날 때면 마음의 보습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제 생각엔 마음의 보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실천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분크림을 발라주는 정도의 작은 노력 말입니다. 예를 들면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미소, 상냥한 인사 같은 것이 아닐까요? 먼저 베푼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문을 열고 덧난 상처를 아물게 할 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가끔씩 혼자인 것 같고 신앙생활이 건조하게 느껴질 때 작은 변화와 실천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 윤기 있게 바꿀 수 있습니다. 미사 시간에 먼저 와서 하느님께 인사하기, 성가는 목소리를 좀 더 높이고, 기쁜 얼굴로 평화의 인사 나누기, 화살기도 한번 더하기 등등.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심을 하고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저는 마음의 보습제를 자주 발라주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까칠하고 못난 마음이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내 마음을 내보일 때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또 하느님께서 제 마음을 어루만지실 때 뽀송뽀송한 느낌에 기분이 좋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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