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46호 2023. 2. 26 
글쓴이 변현수 신부 

사순,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




 
변현수 신부
명촌성당 주임


 
   우리는 흔히 ‘선의의 거짓말’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비록 거짓말이지만 선한 마음으로 했으니 문제 삼지 말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선과 악의 개념으로 볼 때, 이 두 단어는 실로 모순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거짓말은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이기적이며 부정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악마가 바로 그러합니다.
 
   악마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마태 4,3) 다시 말해, 악마는 예수님께 당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물질적인 욕구 충족과 권력의 강화를 위한 유혹, 그리고 하느님에게서 기적의 표징을 얻으라고 유혹합니다. 마치 지금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너무나 매혹적인 제안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씀을 빙자하여 ‘행위 자체의 선함’이라는 거짓이 포장된 악마의 술책이며, 또한 우리를 마음의 노예로 이끌게 하는 유혹의 본심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악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온화한 눈’과 ‘천사 같은 얼굴’로 다가와 자신을 좋은 의도로 위장하여 거짓을 정당화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저는 비록 옳지 않은 일을 저질렀지만, 가난한 사람을 도왔습니다.’ ‘저는 인간적인 본능에 굴복했지만,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유혹들은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와 동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한 외양으로 다가오는 악의 유혹에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사순 시기는 우리에게 ‘본질로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본질’을 잊어버리지 않으시고자, 결코 악마와 타협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악마의 교활한 속임수에 대해 예수님은 자신의 말로 하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으로 응대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해야 하며, 언제나 하느님의 말씀으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길을 따르게 될 때, 우리는 결코 예수님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 주간, 광야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말씀 안에서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가져봅시다. 그리하여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휘젓고 있는지, 정당화될 수 없는 내면의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아주 조금이라도 그렇게 하게 된다면 우리에게는 유익할 것이며, 우리는 다시 하느님의 자녀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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