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40호 2023. 1. 15 
글쓴이 변성수 신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변성수 신부 / 모라성요한성당 주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이라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긴장되게 사건들을 풀어가는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재벌집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들을 보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타인을 희생양 삼는 씁쓸한 장면을 종종 접합니다. 또한 재산이 많을수록 가족애(愛)는 사라지고, 서로 배신하고 다툼이 잦아지는 것도 보게 됩니다. “우애를 지키기에는 돈이 너무 많잖아요!”라는 드라마 속 대사가 설득력있게 현실을 반영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고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말합니다. 유목 생활을 했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양은 양식과 털을 제공해주고, 숫양의 경우 뿔은 액체를 담는 그릇으로도 사용되는 유용한 가축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양은 키워서 털을 깎아야 했기에 함부로 잡지 않았습니다. 제사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만 어린양을 잡았는데, 흠 없는 어린양은 하느님께 ‘자신들의 죄를 용서해 주십사’하고 기도하는 속죄 제물로 쓰였습니다.
 
   우리 예수님 역시 그렇습니다. 어린양처럼 우리 인간의 죄를 없애시고 용서해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죽음은 죄를 지은 당사자의 몫인데, 결백하고 흠 없는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하느님이 당신의 피조물을 위해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7) 예수님께서는 ‘죄를 없애시는 순한 어린양’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세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어린양과는 너무 대조적인, 오히려 재벌집 사람들처럼 탐욕에 찬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도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삶에 동참함으로써 나를 위해 사는 시간보다, 남을 위해 살아가는 시간들을 더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증언한 세례자 요한처럼, 세상에 주님을 어린양으로 증언할 수 있는 신앙인의 삶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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