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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4 10:00

[강론]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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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 - ‘한 평(坪)’
 

주임신부   2022. 12. 24 밤, 범일성당


 

여러분, 면적 계산에 있어서 ‘한 평’이라는 표현이 있죠? 이 ‘한 평’의 크기가 정확히 얼마인지 제가 궁금해서 알아 봤는데, 가로가 1.818 미터에, 세로도 같은 1.818 미터의 크기가 바로 ‘한 평’입니다. 제법 키가 큰 성인 남자가 가로와 세로로 눕게 되면 꽉 찰만한 면적이 되지요.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제가 이 성당에 머물며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이 ‘한 평’이라는 단어가 자주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당 신자분들 중 많은 분들께서는 시장에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저도 신자분들께서 일하시는 시장을 가끔씩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을 갈 때마다 이 ‘한 평’이란 생각이 더욱 떠오르게 됩니다. 우리가 시장을 둘러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삶의 치열한 현장이 느껴지죠. 이런 저런 물건들은 자신을 드러내듯 나열되어 있고, 오고 가며 이를 구경하고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상살이를 보여주기에, 시장 모습은 세상 모습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장에서 왜 저는 ‘한 평’이 생각날까요? 그것은 바로 시장 상인들께서 앉아 머무시는 공간 때문입니다. 계속 머물 수 없지만 잠시 앉아 머물 수는 있는 그 공간의 크기가 대부분은 어느 정도일까를 보니, ‘한 평’이 떠올랐습니다. 한 평은 가로 세로 각각 1.818 미터인데, 시장에서 본 앉을 공간은 사실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 더 많은 듯 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한 삶의 자리에서 잠시 머물며 앉을 수 있는, 누워있기에는 도무지 비좁은 그 자리는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그 좁은 공간에 머물며 수고하시는 분들을 뵐 때, 저로서는 숙연함과 존경을 지니게 됩니다. ‘한 평도 되지 않는 공간’, 그나마 머물 수 있는 좁은 그 공간은 살아가는 출발의 자리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거창해 보이지만 제대로 표현해 본다면, 그 불편하고 작은 자리는 ‘살게 해 주는 거룩한 자리요 세상을 드러내는 대단한 자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방금, ‘불편하고 작은 자리가 거룩하고 대단한 자리’라고 했는데, 우리는 오늘 주님의 탄생을 맞으며 그러한 자리를 우리 눈앞에서도 만납니다. 우리를 위해 오신 주님께서는, 여러분께서 보시듯, 한 평도 되지 않는 불편하고 작은 자리를 택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는 ‘살게 해 주는 거룩한 자리요 세상을 드러내는 대단한 자리’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는 이 밤에 아기 예수님을 보며 무엇을 발견하고 기뻐해야 하겠습니까? 불편함 속에서 거룩함을 발견하고, 작음 속에서 큰 것을 발견합시다. 그리고 이 모습을 우리가 구경함으로써만 기뻐함이 아니라, 이 모습이 바로 우리 삶의 자리와 닮았기에 기뻐합시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를 위해 오신 예수님께서는 ‘임마누엘’로서, ‘세상’이라고 하는 ‘시장’ 안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려고 오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를 닮아 우리처럼 사시는 한 인간을,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친근히 다가오신 하느님을,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하늘과 땅을 결합시키시는 구세주를 만나는, 그러한 ‘거룩하고 대단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을 맞이하러 이곳에 오신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 성탄의 은혜가 여러분 각자와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가득하길 바랍니다.

  상징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한 평’, 거룩하고 대단한 삶의 자리인 이 한 평 공간에서부터 우리가 주님을 만나고, 그 한 평 공간에서부터 나 또한 ‘또 다른 주님’이 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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