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735호 2022. 12.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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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동소 베네딕다 |
이동소 베네딕다 / 거제동성당, 수필가
l4356@hanmail.net
세상이 온통 ‘혼돈(chaos)’ 상태다. 3년 전에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작은 미생물 하나가 그동안 인류가 애써 쌓아온 사회 및 경제의 시스템과 가치체계를 깡그리 무너뜨렸다. 갑자기 찾아온 재앙 앞에 인간은 오늘 살아있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미물(微物)로 전락해버린 게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처럼 인간 자체가 바이러스 덩이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니 모든 인간관계 활동이 제한받고, 그 결과 사회·경제활동이 마비되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난데없이 터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정치가의 무모한 야망이 불러온 또 하나의 인재(人災)다. 그 여파로 전 세계가 IMF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 유가와 금리가 급등하다 보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아 줄도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폭등해 서민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거리에서 방황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 모상(模像)으로 육신을 빚은 후에, 거룩한 숨결을 불어 넣어 영혼을 가지게 했다. 그러니 인간은 모두 선한 존재일 터, 다행히도 이런 극한 상황에 인간 내부 하느님의 선한 특성이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여 가진 걸 나누며, 재능을 기부하고 봉사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천상 모습이다. 기아에 허덕이며 의료장비가 부족해 쓰러져가는 지구촌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닌 내 이웃이고 피붙이로 느껴지기 시작한 게다. 어쩜 느닷없이 세상에 이런 재앙을 내린 하느님의 뜻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벌거벗고도 한 형제처럼 의좋게 살아가던 태초의 세상으로, 온 인류가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세상의 상과 벌은 덧셈과 뺄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천상 상복(償福)은 모두가 곱셈으로 돌아간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라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작은 선행은 기쁨 바이러스가 되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 이웃과 세상을 변화시킨다. 작은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며, 나아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전 인류를 구할 사랑의 묘약이 될 수도 있는 게다. ‘자선’은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한 형제임을 인식하는 마음이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남이 아닌 내 피붙이로 생각하는 사랑의 나눔이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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