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로 사랑할 때입니다

가톨릭부산 2022.12.07 10:45 조회 수 : 40

호수 2735호 2022. 12. 11 
글쓴이 이동소 베네딕다 
지금은 서로 사랑할 때입니다


 

이동소 베네딕다 / 거제동성당, 수필가
l4356@hanmail.net


 

   세상이 온통 ‘혼돈(chaos)’ 상태다. 3년 전에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작은 미생물 하나가 그동안 인류가 애써 쌓아온 사회 및 경제의 시스템과 가치체계를 깡그리 무너뜨렸다. 갑자기 찾아온 재앙 앞에 인간은 오늘 살아있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미물(微物)로 전락해버린 게다.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처럼 인간 자체가 바이러스 덩이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리니 모든 인간관계 활동이 제한받고, 그 결과 사회·경제활동이 마비되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난데없이 터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정치가의 무모한 야망이 불러온 또 하나의 인재(人災)다. 그 여파로 전 세계가 IMF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세계 유가와 금리가 급등하다 보니,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아 줄도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폭등해 서민들의 삶은 나날이 피폐해지고,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거리에서 방황한다.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당신 모상(模像)으로 육신을 빚은 후에, 거룩한 숨결을 불어 넣어 영혼을 가지게 했다. 그러니 인간은 모두 선한 존재일 터, 다행히도 이런 극한 상황에 인간 내부 하느님의 선한 특성이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다. 지역과 국경을 초월하여 가진 걸 나누며, 재능을 기부하고 봉사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천상 모습이다. 기아에 허덕이며 의료장비가 부족해 쓰러져가는 지구촌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이 아닌 내 이웃이고 피붙이로 느껴지기 시작한 게다. 어쩜 느닷없이 세상에 이런 재앙을 내린 하느님의 뜻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벌거벗고도 한 형제처럼 의좋게 살아가던 태초의 세상으로, 온 인류가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세상의 상과 벌은 덧셈과 뺄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천상 상복(償福)은 모두가 곱셈으로 돌아간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라는 속담처럼, 한 사람의 작은 선행은 기쁨 바이러스가 되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간다. 그 결과 자신은 물론, 이웃과 세상을 변화시킨다. 작은 손길 하나가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며, 나아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전 인류를 구할 사랑의 묘약이 될 수도 있는 게다. ‘자선’은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한 형제임을 인식하는 마음이다. 곤경에 처한 이웃을 남이 아닌 내 피붙이로 생각하는 사랑의 나눔이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